벤클렉스타, 염색체 17p 결손 CLL 환자 치료에 효과적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치료제인 애브비의 '벤클렉스타(성분명: 베네토클락스
)'가 지난달 3차 치료제로 보험급여를 인정받고, 2차 치료 시 병용요법 허가를 받으면서 더 많은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게 됐다.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본래 기능을 상실한 림프구가 단클론성으로 현저하게 증식하는 질환이다. 60세 이상 노년층에 주로 발생하고, 서구에는 혈액암 환자 10만 명 중 4~6명에게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지만, 국내에서는 10만 명 중 0.1명으로 드문 혈액암이다. 매년 150~200명의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고, 현재 국내에 2300여 명의 환자가 보고되고 있다.
질환 초기에는 증상이 없어, 검진 과정에서 혈액검사를 통해 백혈구 증가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림프절과 내부 장기가 비대해지고, 질환이 좀 더 진행되면 빈혈과 혈소판이 감소한다.
가톨릭의대 혈액내과 엄기성 교수에 의하면 CLL은 무증상으로 치료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공격적이고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치료가 필요한 CLL 환자들의 평균 전체 생존기간(OS)은 3~4년 미만인데, 국제 통용 기준인 CLL-IPI에 따라 고위험군과 초고위험군은 치료가 필요하다.
염색체 17p 결손이 있는 환자는 고위험군으로서 나쁜 예후를 보여 생존기간이 32개월에 머문다. 따라서 17p 결손이나 TP53 이상이 관찰되거나 기존 치료에 대한 반응이 2~3년 미만으로 지속되는 환자는 벤클렉스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CLL 치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17p 결손 여부와 항암 치료를 견뎌낼 수 있는 정도를 확인해 환자의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1차 FCR 3제 요법(Fludarabine + Cyclophosphamide + Rituximab)은 17p 결손이 있을 때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벤클렉스타 단독요법은 보다 나은 결과를 보인다.
벤클렉스타는 화학요법과 B세포 수용체 경로 저해제에 재발 또는 불응인 CLL 환자에서 단독 요법으로 지난 1일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벤클렉스타는 p53 등 DNA 손상으로 인해 억제된 세포자멸사 과정을 회복시킨다.
Ibrutinib 치료 후 재발 또는 불응이었던 환자 9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벤클렉스타 단일 치료는 65%까지 객관적 반응률(ORR)이 관찰됐다. 무질환 생존기간(PFS) 평균값은 24.7개월이었고, 예측되는 12개월 PFS는 75%였다.
치료 후 암세포 수치가 낮지만 검출될 수 있는 상태를 미세잔존질환(MRD)이라 하는데, MRD가 양성이면 재발 가능성이 높다. 말초혈액 MRD 측정 결과, 벤클렉스타 단일 치료 시 42%에서 음성이 확인됐다. 백혈병 세포 만 개 중 1개 미만의 CLL 세포가 관찰되면 MRD 음성으로 정의한다. 17p 결손이 있는 재발 또는 불응 환자에서는 벤클렉스타 단일 치료로 77%의 ORR이 관찰됐다.
CLL 2차 치료에서 벤클렉스타와 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치료했을 때의 효과도 확인됐다. 벤다무스틴과 리툭시맙 병용요법과의 비교 평과 결과다.
연세의대 혈액내과 김진석 교수에 의하면 24개월간의 치료 후 환자들의 질병 진행과 전체 생존을 48개월까지 추적·관찰한 연구 분석 결과가 지난해 5월 발표됐다. 총 389명의 환자가 무작위 배정돼 194명은 벤클렉스타와 리툭시맙(이하 VenR) 투여군으로 참여했다. 이 중 130명이 질병의 진행 없이 24개월 고정 치료를 완료했다.
그 결과, VenR 치료군이 비교군보다 24개월 고정치료 기간 이후 4년까지의 추적관찰 기간 꾸준히 무진행 생존율이 개선된 상태를 보였다. 48개월 후 PFS 추정치는 53.7%였다. 전체 생존기간 역시 비교군보다 개선이 지속되는 결과를 보였다.
아직 벤클렉스타에 대한 장기 관찰 데이터는 없지만, 현재까지는 예후가 나쁠 수 있는 고령 등에서도 더 우월한 치료 결과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연구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나은 개선 효과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