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 놓치지 쉬운 '뼈 건강'...유방암 치료 후엔 신경 써야
유방암으로 화학항암치료를 받으면 폐경기에 접어들지 않은 연령대의 여성도 뼈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여성은 폐경이 되면 골 형성에 도움을 주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해 골다공증 위험이 높아진다. 그런데 화학항암치료를 받으면 '골감소'라는 부작용이 발생해 젊은 유방암 환자도 뼈 건강에 신경 써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팀은 유방암 수술을 받은 19~55세 사이 폐경 전 여성 910명을 대상으로 보조항암치료를 진행한 후 5년간 골밀도 변화를 분석했다. 그 결과 화학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1년 내 요추와 대퇴골의 골밀도가 다른 환자에 비해 최대 3배 이상 감소했으며, 5년이 지나도 골손실 상태가 이어졌다.
보조항암치료는 유방암 수술 후 재발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진행된다. 조기 유방암에 해당하는 0기 환자는 대개 치료 없이 종양 크기 변화를 관찰하고, 이외 환자는 수술 후 종양 상태에 따라 △화학적 치료를 받거나 △유방암 치료약물인 타목시펜을 복용하거나 △난소억제주사제를 투여하거나 △이중 두 가지 요법을 병행하게 된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여성 환자들은 모두 유방암 수술 후 6개월 내 월경을 경험해 아직 폐경에 이르지 않은 상태였다. 이들은 각각 △관찰군(58명) △약물군(130명) △화학요법군(69명) △화학요법 후 약물 복용군(346명) △난소억제주사제와 약물 병행군(304명)으로 나뉘어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여러 보조항암치료 가운데 화학적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1년 내 골손실이 가장 큰 것으로 확인됐다. 관찰군과 약물군의 골밀도가 0.03g/cm2 정도 감소한 것에 비해 화학요법군의 골밀도는 이보다 3배 이상 되는 0.1g/cm2 만큼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학요법 후 유방암 치료약물을 추가로 복용한 환자는 화학요법만 받은 환자에 비해 골손실이 적었다. 이는 화학요법이 뼈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타목시펜 성분의 약물이 다소 완화시켜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5년이 경과해서도 골 손실은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다. 화학요법군, 화학요법 후 약물을 복용한 군, 난소억제주사제와 약물을 병행한 군은 여전히 골밀도가 낮았다. 관찰군과 약물군은 이들보다는 골밀도가 높았지만, 초기에 비해서는 골감소가 다소 진행됐다.
골밀도 감소폭은 보조항암치료 후 1년 내에 가장 크고 5년이 지났을 때는 다소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조항암치료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월경이 멈추는데, 환자들의 난소가 아직 젊어 치료 후 대개 1년이 지나자 차츰 월경이 돌아왔다. 월경을 한다는 것은 골 형성에 도움을 주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김희정 교수는 "50대 이하의 젊은 유방암 환자는 앞으로 남은 인생이 길고 가정과 사회에서 중요한 일들을 많이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암의 완치를 넘어 유방암 극복 이후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젊은 환자라도 보조항암치료 과정에서 골밀도 감소라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으므로, 힘든 항암치료를 잘 이겨냈다면 그 이후에는 건강한 상태로 활동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뼈 건강 회복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의 유방암 연구는 폐경 이후의 여성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반면, 이번 연구는 폐경 전 여성을 대상으로 다양한 보조항암치료 시행 이후의 골밀도 변화를 최초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결과는 국제 유방암 전문지 '유방암 연구와 치료(Breast 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