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 “도대체 무엇을 먹으란 말이냐”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예전의 유행가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 어쩌란 말이냐 흩어진 이 마음을, 아 어쩌란 말이냐 이 아픈 가슴을~’. 이 구절의 ‘아 어쩌란 말이냐’를 ‘아 무엇을 먹으란 말이냐’로 바꾸면 만성콩팥병 환자가 담당의사에게 흔히 하는 하소연이 된다. 싱겁게 먹으라고 해서 입맛에는 맞지 않지만 음식에 간을 거의 안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것만이 아니다. 이것은 칼륨이 높으니 먹지 말라 하고 저것은 인이 높으니 먹지 말라 하고 먹지 말라는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고기, 우유,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 두유, 채소, 현미, 통밀빵, 콩, 고기, 과일, 녹차…. 다 빼고 나니 먹을 것이 없다. 도대체 무엇을 먹으란 말이냐?’

우선 주식부터 보자. 만성콩팥병 환자는 일반적으로 건강에 좋다고 하는 현미밥이나 보리밥, 그리고 보리빵, 호밀빵이나 통밀빵을 피하라고 한다. 대신 흰쌀밥이나 흰 빵을 권유한다. 왜냐하면 칼륨과 인이 적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콩도 흔히들 밥에 얹어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하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에는 칼륨이 많으니 먹지 말라고 한다. 우유에는 인이 많다고, 두유에는 칼륨이나 인이 많다고 피하라고 한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은 칼륨이 많다고 먹지 말라고 한다. 이쯤 되면 먹을 것이 없다는 하소연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다. 피해야 할 것은 피하고 보는 것이 상책이다. 밥이나 빵은 흰쌀밥이나 흰 빵을 먹고 칼륨이나 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가급적 적게 먹도록 한다. 채소를 먹더라도 따뜻한 물에 2시간 이상 담가 두거나 데친 후 국물은 버리고 건더기만 섭취한다. 이렇게 하면 칼륨은 수용성이라 빠져나가므로 채소에 함유된 칼륨의 30~50%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고기는 어떻게 할까? 만성콩팥병 식이의 기본은 단백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다. 단백질은 콩팥기능 악화의 주범이다.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콩팥에 과부하가 걸리고 단백뇨를 늘려서 콩팥기능이 빠른 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 반면 단백 섭취를 줄이면 콩팥기능의 악화를 방지하고 단백뇨를 줄이는 효과가 있으며 식욕부진, 오심, 구토와 같은 요독 증상은 완화된다. 더구나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칼륨, 인, 요산의 증가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단백질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중요 영양소이니 안 먹을 수는 없다. 적게 먹되 고생물가의 단백질을 먹도록 한다. 소고기 살 부분, 닭의 살코기, 그리고 생선 등이 고생물가 단백에 해당한다. 그리고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단백뇨가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단백 손실을 보충하기 위해서 단백질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먹은 만큼 단백뇨가 더 빠져나가면서 콩팥에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에서 놓치면 안 되는 핵심은 식이제한을 한다고 영양결핍이 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단백질을 제한하되 충분한 열량 섭취가 필요하다. 우선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흔히들 달콤한 사탕, 꿀, 엿, 잼 등은 혈당을 높이고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데 콩팥 건강에는 예외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상온에서 액체인 식물성 식용유는 불포화 지방이므로 이를 이용한 튀김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겐 좋은 에너지원이 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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