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 배울까?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과대학에서는 의사들이 환자와 소통하는 방법이나 대화하는 기술을 가르칠까? 정답은 ‘가르치지 않는다’이다. 이렇게 중요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놀랍다. 소통이야말로 의학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환자와의 공감능력, 사회화, 문화적 감수성 등은 모두 소통능력에서 나오는 특성이다. 하지만 현재의 의학교육은 의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인 호기심, 연민, 도덕성 등을 의학교육에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특히 의사로서 환자와의 대화에서 맥락과 소통을 이해하는 교육은 전혀 받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최근 연구들을 보면 점점 의사들의 소통기술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나 환자의 신뢰를 얻는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보면 어김없이 자기를 모욕하고, 무시하고, 험한 꼴을 보인 무심한 의사들에 대한 끔찍한 이야기들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의사들이 정말 인간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치를 떨기도 하는데 개인적인 편견이나 일방적인 관점에 의해 왜곡되는 경우도 있지만 의사들의 소통능력이 떨어져 있는 것도 엄연히 사실이다.

하지만 의사들도 변명할 수 있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수련기간 동안 의사들은 개인적 욕구를 극도로 억제하면서 자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욕구불만이 지속되다 보면 내면에는 스트레스가 쌓이고 분노조절이 어려워지게 된다. 더불어 수련기간 동안 환자와의 소통기술에 대한 교육도 받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들은 의사들의 대인관계기술이 떨어지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심각한 것은 의사들의 이런 태도들이 점차적으로 내면화되고 자기화되어 전문의가 되더라도 변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위기의 순간이 오면 의사들은 종종 아주 차갑고 감정이 메마른 모습으로 비치게 된다. 의사들이 냉철한 과학자로서의 이미지를 지키려 애쓰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매일매일 접해야 하는 비극과 거리를 두고 싶어 생겨난 정상적인 적응 메커니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유가 어떻든 의사들의 빈약한 소통능력과 대화능력으로 인한 악영향은 보이지 않게 서서히 나타나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좀먹고 있다. 예를 들어 환자들 상당수는 자신이 느끼는 신체적 상태를 일상언어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무작정 고통이나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고 비이성적이라거나 예민하다는 등 멸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화를 내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은 의사가 전문적인 용어를 남발하면서 환자의 눈을 보지 않고 호소하는 증상을 무시하거나 불량한 태도를 보일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해도 이런 인사를 무시하고 ‘어떻게 오셨나요?’,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어디 볼까요’ 등으로 반응하거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환자에게도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사용하거나 반말로 일관하는 경우다. 이런 일을 당하면 환자들은 의료진에 대한 불만과 거부감을 갖게 된다. 또한 의사들은 환자의 병력청취를 통해 진단하고 필요한 검사를 추출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 조사결과 의사들은 듣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인내심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답변도 끝까지 듣지 않고 ‘됐습니다’, ‘알았어요’, 그만, 알겠습니다’라는 말로 진술을 중지시킨다든지, 문진 할 때 ‘예’, ‘아니오’의 응답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의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환자들에게 증상이나 질병, 검사들에 대하여 일상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한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거나 전문용어를 뒤섞어 설명하면 환자는 자신의 병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이렇게 의사들의 소통능력부족은 진단과 치료에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특수검사 등과 같은 기술적이고 객관적인 검사에만 의지하게 만들고 필요 없는 약물치료를 남발하게 하여 환자와 의사관계를 무너뜨린다.

물론 현직의 임상의사들은 현재 건강보험의 여러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낮은 경제적 보상으로 인해 제한된 시간에 많은 환자들을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를 신봉하는 환자, 완고한 환자, 여러 요구를 하는 환자 등에게 시달리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도 의사들의 소통능력 부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의사들은 전문지식을 통해 사회적인 지위를 부여받지만 이러한 지위가 권위의식으로 바뀌면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훌륭한 의학전문가가 훌륭한 의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의사교육은 훌륭한 의학전문가 양성에만 너무 힘을 쓰고 있지 않는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의사와 환자관계도 본질적으로는 인간관계이며 의사들도 의학전문가라는 본질과 함께 소통능력과 대화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포기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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