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대만과 독일에서 배울 점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98호 (2020-03-20일자)
팬데믹에서 우리는 전문가들을 중시하고 있나?
코로나19가 휩쓸고, 할퀴고 있습니다. 조금만 방심해도 여기저기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며 터지고 있습니다. 우리뿐 아닙니다. 어제 밤 11시 기준으로 세계 157개국에서 최소 2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해서 9,200명 이상 목숨을 잃었습니다. 코로나19 환자 통계를 보니까 역시 두 나라가 눈에 띄더군요. 대만과 독일입니다.
대만은 중국 우한에서 전염병이 막 퍼질 때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가 가장 위험한 국가로 지정한 나라입니다. 아시다시피 대만은 중국 본토와 한 달 평균 5,700기의 항공기가 운항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강한 나라이지요. 무엇보다 UN 회원국도, WHO 회원국도 아니고 수교국이 손에 꼽을 정도여서 문제가 생겼을 때 국제사회의 공식적 지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대만은 중국에서 전염병 조짐이 보이던 지난해 12월부터 대책에 나서 우한에 조사팀을 보내고 예상 단계별 124개 행동지침을 세웠다고 합니다. 2003년 사스 확산 때 중국의 정보를 믿다가 37명의 소중한 국민을 잃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차이잉원 총통은 사스 유행 당시 위생복리부 장관으로 방역을 책임졌던 천젠런 부총통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기자회견 때마다 대동했습니다. 천젠런은 국립대만대에서 보건학 석사를 받고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박사를 받은, 방역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입니다. 대만에선 이런 전문가가 부통령입니다.
대만은 자국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인 1월20일 중앙전염병지휘센터를 설립합니다. 센터의 수장은 우리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위생복지부의 천스중 장관입니다. 그는 타이베이의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저명한 치과의사입니다. 찬스중은 대만에서 11번째 환자가 발생했을 때 기자회견 중 우한에 남은 자국민이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귀중한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려 국민들을 감동시킵니다.
마스크 대책은 중학교를 중퇴한 천재 해커 출신인 39세 오드리 탕의 목소리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탕은 빅 데이터 분석 끝에 마스크 수요가 폭증할 조짐을 포착하고, 마스크 실명제를 비롯한 여러 정책을 건의합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국의 마스크 공장을 통제했고, 우리가 벤치마킹한 ‘실명제’도 실시했습니다. 경제부처는 마스크 제조기 60대를 구입해 민간 공장에 보냈습니다. 수출도 금지했고, 이를 어기는 업체의 마스크는 모두 압수했습니다. 마스크 1개의 가격도 8위안(약 290원)에서 6위안(약 220원)으로 내렸습니다.
탕은 정부가 파악한 모든 마스크 정보를 공개해서 민간 개발업자들이 ‘마스크 지도’를 만들게 했습니다. 이 앱은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국 위치와 보유 수량, 영업시간, 주소, 전화번호 등 세세한 정보까지 담고 있어 우리처럼 줄을 서지 않아도 됩니다.
독일은 우리보다 많은 1만3,632명이 감염됐기에 어쩌면 방역에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사망자가 33명에 불과합니다. 처음 환자가 늘어날 때부터 프랑스의 사망자 수와 비교됐습니다. 한 언론에서 독일이 중환자를 잘 수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덕이라고 분석했던데 일리가 있는 듯합니다.
독일은 일치감치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팬데믹 위기를 국가 주요 의제로 삼았습니다. 독일은 ‘국가 팬데믹 계획(National Pandemic Plan)’을 세우고 대규모 유행병이 돌 때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책임과 방법을 규정해 놓았습니다. 이 계획은 △발병률과 사망률 최소화 △감염환자의 치료 △필수 공공서비스의 유지 △정책결정자, 미디어, 공공을 위한 짧고 명확한 정보의 제공이란 4대 목표를 명확히 규정해놓았습니다. 독일은 경제협력개발부가 독일 팬데믹 예방기구(German Pandemic Preparedness Initiative)의 도움을 받아 개발도상국의 방역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독일 팬데믹 대책의 주 실행 기관은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입니다. 1891년 설립된 이 기관은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염병의 예방, 통제 등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합니다. 연구소 본부 1,1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450명이 저명한 과학자입니다. 이 연구소는 권위 있는 학술지들을 자체 발행하고, 수많은 연구소와 위원회를 두고 있지요. 전문가들이 검증한 과학적 의견이 자연스럽게 정책으로 녹아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요. 연구소가 13일 내놓은 정책 중에 요양원의 노인 건강을 위해 방문을 금지시키는 것이 있던데, 우리도 참조할 만합니다.
우리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정말 잘 반영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군요. 만나는 의학자마다 화가 잔뜩 나있습니다. 이번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뿐이 아닙니다. 보건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여야 비례대표제 후보들 가운데 이 분야의 전문가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비례대표제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가 각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독일은 메르켈 총리부터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양자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과학자 출신이고, ‘세균학의 아버지’를 기린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국가 보건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합니다. 대만은 존스홉킨스 출신의 세계적 역학자가 부총통으로 있고, 배경과 관계없이 뛰어난 과학자들이 팬데믹 정국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고요. 우리는 너무 잘 하고 있어서, 이런 점을 배울 필요가 없는 걸까요? 묵묵히 일하는 방역 공무원과 ‘의병’과도 같은 의료진만 믿으면 될까요? 이들 현장의 목소리라도 좀 더 들으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오늘의 음악
춘분인 오늘은 ‘세계 참새의 날’이자 ‘세계 행복의 날’입니다. 별의 별 날이 다 있죠? 제이슨 그레이의 ‘Sparrow’과 오 원더의 ‘Happy’ 준비했습니다. 오 원더의 노래보다 오히려 제이슨 그레이의 ‘참새’가 더 행복한 노래인 듯합니다. 두 노래, 모두 가사를 음미하면 더 좋습니다.
한때 촛불시위로 탄핵을 이뤘을때 이 나라가 조금은 개선되어 바뀔줄알았건만 대통령 이름만 바꼈지 븅신같은 사회구조, 역겨운 정치인들의 마인드, 자기만 챙기는 이기적인 국민성 그 어떤것도 바뀐게 없다.
질본의 수많은 전문가들과 범대위를 무시하는게 바로 의사협회 아닌가
의사로서의 자긍심 좀 지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