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보건의료학회 “코로나19 극복위해 개성공단서 마스크·방호복 공동 생산하자”
코로나-19의 폭증세가 전 세계를 공중보건 위기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현재 마스크 대란에 직면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선 무작정 생산 시설을 확장하고 고용 인력을 늘릴 수는 없기에 정부의 요청에도 공급량 증대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상황도 녹녹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1월 말 스스로 전면 국경 봉쇄를 선택하였지만, 북한의 언론을 통해 전해오는 코로나-19 관련 뉴스들과 의학적 자가 감시자가 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는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예감하게 한다.
이에 통일보건의료학회는 12일 “세계가 직면한 현재의 보건학적 위기를 오히려 남북한의 생명의 끈을 연결하는 기회가 되게 하고, 인류가 당면한 감염병 위기극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학회는 “당면한 코로나-19의 공동 관리를 위해 남북이 조건없이 만나야 한다”며 “아직도 정부 당국이 나서기 어렵다면 보건의료전문가의 만남이 우선될 수 있고, 남북만의 만남이 우려된다면 WHO 등 국제기구를 포괄한 동아시아 지역의 코로나-19 대응 공동회의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촉발된 전 세계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의 갈등 관계를 잠시 유보해야 한다”며, 시혜적 지원을 넘어서서 호혜적 기여와 참여를 통한 공동 자원개발, 그리고 그 성과의 공유에 기반한 위기극복의 상생 모델로 ‘개성공단’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남북 화해의 상징에서 지금은 갈등의 상처로 변모된 개성공단을 남북을 넘어 전인류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의 전초기지로 전환하자는 것.
이어 “개성공단에는 이미 한 달에 1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 전문 제조업체가 있고, 면 마스크와 위생방호복을 제조할 수 있는 봉제업체도 50개가 넘는다고 한다”며 “마스크로 시작된 협력 논의를 고글, 안면보호구, 장갑, 보호복 등 감염병 위기대응 물자 패키지 생산을 향한 논의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자”고 덧붙였다.
한편, 학회는 개성공단을 활용한 위기대응 물자 생산구조는 일차적으로 WHO가 코로나-19 종식을 선포할 시점까지만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에는 성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남북 간 긴장해소와 협력관계 증진, 추가적인 감염병 공동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효용성을 고려하여 모델의 지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
통일보건의료학회 김시곤 이사장(고대안암병원 내분비내과)은 "불과 22만 평방제곱미터의 좁은 한반도에서 바이러스는 남북을 가리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남북한 전염성 질환 공동관리위원회를 신설하고, 독일과 같은 재난공동대응협정과 보건의료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