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질환에도 급성, 만성이 있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명절에는 새벽에 일어나서 컴퓨터 앞에서 부산을 떤 덕분에 표를 구해서 KTX 열차를 타고 고향에 다녀왔다. 자가용으로 가려면 최소 4시간 정도, 막히면 10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이번엔 정확히 2시간이 걸렸다. 급행열차라서 대단히 좋았다. 급행열차가 있듯이 완행열차도 있다. 천천히 가는데다가 여기 저기 정차하는 관계로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비용도 저렴하고 이것저것 보면서 생각하는 여유도 준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질병에도 급성(急性)질환과 만성(慢性)질환이 있다. 급성질환은 사전의 정의가 갑자기 생기거나 악화되는 병이고 만성질환은 갑작스러운 증상이 없이 서서히 발병하여 치료와 치유에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질환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콩팥부전은 급성신손상과 만성콩팥병으로 구분된다. 급성신손상이란 말 그대로 콩팥손상이 갑자기 일어나서 콩팥기능이 몇 시간에서 수 일에 걸쳐 급격하게 상실되는 것을 말한다. 잘 나오던 소변이 갑자기 하루에 400ml 미만으로 줄고 노폐물 축적이 급격히 일어나서 고질소혈증이 일어나고, 체액 및 전해질 균형 이상이 돌발한다. 대개 콩팥 독성을 가진 약제나 조영제 등에 노출되거나 심한 탈수나 출혈이 있을 때 발병된다. 반면 만성콩팥병은 당뇨병이나 고혈압의 합병증, 또는 만성신염의 결과로 발생되는데, 콩팥손상이 서서히 일어나서 신기능도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서서히 상실되며 노폐물 축적이나 체액 및 전해질 이상도 서서히 일어난다.

증상에 있어서 급성신손상은 소변량이 확 줄고 신기능의 급격한 손상에 따른 여러 장기의 심한 이상 증상이 뚜렷이 나타난다. 폐부종으로 호흡곤란이 심해지거나 심한 고칼륨혈증이 오기도 하고 요독증에 의한 의식소실, 경련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반면 만성콩팥병은 콩팥기능이 서서히 감소하면서 초기에는 기운이 없다거나 쉬 피로하고 밥맛이 없거나 하는 등 증상이 애매하다. 그렇다 보니 콩팥병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병원에 조기에 찾아가지 않아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치료도 다르다. 급성신손상은 각 원인에 따라 원인에 맞게 조속한 응급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갑작스럽게 발생한 심한 폐부종 및 고칼륨혈증과 같은 전해질 불균형은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이로써 안되면 즉각 투석을 해야 한다. 반대로 만성콩팥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콩팥병 진행에 따라 원인질환의 치료, 콩팥병 진행의 억제, 만성합병증의 관리 등을 적절히 시행하여야 한다.

예후에 있어서 급성신손상은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으나 신손상의 원인을 제거하고 잘 관리하여 위기를 넘기면 90% 정도는 완전히 회복된다. 약 5-10% 정도에서는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만성콩팥병은 치료를 해도 콩팥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는 못하고 서서히 진행되어 종국에는 말기신부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결국 투석이나 콩팥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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