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불량에 체중까지 준다면...췌장암 가능성 체크해야
췌장에 생긴 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고 조기 발견이 어려운 편이다. 발견했을 땐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거나 간 등의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암종 중 상대생존율이 가장 낮은 암이기도 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2.2%다. 진단 후 평균 생존 기간은 4~8개월 정도에 불과한데, 1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50%까지 높아진다.
췌장은 소화와 관련된 효소를 분비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과 같은 영양분의 흡수를 돕고 음식물이 소화되도록 만든다. 인슐린이나 글루카곤과 같은 호르몬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췌장에 이상이 생겼을 땐 소화기능 장애뿐 아니라 당뇨병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노년기에 발생한 당뇨는 췌장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 췌장암의 위험인자는 췌장암 가족력, 만성 췌장염, 노년기 당뇨, 고지방 식이, 흡연, 췌장낭종(물혹) 등이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췌장암 검사법에는 초음파, 내시경췌관조영술, CT, MRI가 있는데, 일반적인 검진에 사용되는 초음파는 위장관 가스 때문에 췌장의 머리와 꼬리 부분을 확인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CT나 MRI는 1cm 내외의 암을 찾아낼 수 있지만 건강 검진에 항상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가로로 길게 놓여있는 췌장은 종양의 위치와 주위 장기로의 전이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 췌장의 머리 쪽에 생긴 암은 간에서 담즙이 내려오는 길을 막아 초기에 황달 증세를 일으키고, 췌장의 가운데나 꼬리 부분에 생긴 암은 복부 불편감, 소화불량,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가운데나 꼬리에 생긴 암은 머리에 생긴 암보다 뚜렷한 특이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6개월간 10% 이상 이유 없는 체중감소나 식욕감퇴 △배꼽 주위로 만져지는 덩어리나 배·등의 통증 △노랗게 변한 눈·피부, 짙은 갈색 소변이 나오는 황달 △당뇨병 가족력 없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당뇨 △만성췌장염을 앓고 있는 사람의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기존 체중의 10%이상 감소) 등이 나타난다면 췌장암 전문의를 찾아 진단을 받아보도록 한다.
진단을 통해 췌장암을 발견했다면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좋지만, 완치 목적의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10명 중 1~2명 정도다. 암의 크기가 작더라도 암 발생 부위에 따라 동맥과 과하게 붙어있거나 국소적으로 진행되는 암 등은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술이 불가능할 땐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종양의 크기를 줄인 후 수술하거나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집중한다. 수술 받은 환자 중 80~90%는 재발을 경험하는데, 최근에는 정밀의학을 기반으로 한 맞춤치료법도 시도되고 있어 예후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이홍식 교수는 "1기 생존율이 가장 높지만 1기에 검사한다고 해도 1~2cm 크기의 췌장암을 찾아내기는 어렵다"며 "증상이 없는데 비용이 크게 드는 검사를 진행하는 것도 효율적이지 않으니 평소에 자주 있을 수 있는 증상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위,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음에도 소화불량 증상이 지속되고 특히 체중 감소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췌장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가족력 없이 당뇨병 진단을 받거나 짙은 색의 소변을 보는 등 조금이라도 증상이 나타난다면 내원해 검사해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췌장암의 뚜렷한 예방법은 없지만 절주와 금연이 권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