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뒷목 뻣뻣함, 고혈압과 관계 없다
[이태원 박사의 콩팥 이야기]
두통으로 외래에 오신 연세 지긋하신 한 환자분이 이렇게 말한다. “최근 머리가 아프다. 혈압이 올라갔나 보다. 혈압을 재어 달라” 진료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혈압이 올라가서 두통이 온 것이라는 얘기다. 이럴 때 실제 혈압을 재보면 혈압이 높은 분도 있고, 혈압이 정상인 분도 있다. 이럴 경우 고혈압이 두통의 원인이라고 확신하시는 분은 이렇게 해석할 것이다. 혈압이 두통의 원인이고, 혈압이 정상인 분은 혈압 외 다른 원인이 두통을 일으킨 것이라고. 이것은 과연 옳은 해석일까?
많은 사람들이 혈압이 올라가면 두통이 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일반적으로 혈압이 올라간다고 두통이 오지는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고혈압과 두통 간에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음에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고혈압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뇌출혈 때문이 아닐까 한다. 즉 고혈압-뇌출혈-두통의 연결고리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 같다는 것이다. 두통의 이차성 원인인 뇌출혈, 수막염, 뇌종양, 측두동맥염, 두부손상 중 고혈압과 연결되는 두통의 원인은 뇌출혈뿐이다.
고혈압 환자는 고혈압 자체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이 없다. 고혈압이 흔히 ‘침묵의 살인자’, 또는 ‘소리 없는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일반 고혈압 환자가 머리가 아프고 무겁다고 하여 고혈압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얘기다. 고혈압 환자에게 두통이 있다면 그 원인은 고혈압 자체보다는 불안감 등에 의해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이 뚜렷한 증상이 없다 보니 고혈압이 진단되는 경로도 고혈압 관련 증상에 의한 것이 아니고 검진 시 혈압 체크를 통해 우연히 진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두통 외에 혈압과 흔히 연결되는 증상은 뒷목 통증이다 대개 뒷목이 뻣뻣하면 ‘혈압이 막 올라간다’고 하면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실제 혈압을 재보면 두통 환자와 마찬가지로 혈압이 높은 사람도 있지만, 혈압이 정상인 사람이 더 많다. 뒷목이 뻣뻣한 이유가 설령 환자의 혈압이 높다 하더라도 고혈압이 아닐 것이라는 증거이다. 종종 어깨 통증을 같이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증세는 경추의 질환이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인한 근육이나 인대 등의 경직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단, 심한 악성고혈압 환자의 경우 고혈압성 뇌증이 발생하면 심한 두통과 함께 구토 및 의식의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악성고혈압은 고혈압 응급증이라고 하며 심한 혈압 상승(확장기 혈압 110 mmHg 이상, 또는 수축기 혈압 180 mmHg 이상)에 의해 망막, 신장, 또는 뇌 등이 직접적인 손상을 입는 경우를 말하는데 고혈압성 뇌증은 뇌로 가는 혈류의 자동조절장치가 고장이 나서 뇌로 혈류가 몰리기 때에 발생하며 이때는 심하면 의식이 혼미해지고 혼수, 사망도 가능하므로 조속히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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