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계속 노벨상을 받는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86호 (2020-01-23일자)
첫 노벨상 수상자 유카와와 일본 과학의 문화
1907년 오늘, 일본 도쿄에서 유카와 히데키가 태어났습니다. 유카와는 중간자 이론을 정립해서 1949년 일본 첫 노벨상을 받은 물리학자로 전후엔 반핵운동을 펼쳐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도 올랐습니다.
일본은 유카와를 시발로 24명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는데, 왜 우리는 한 명도 없을까요? 일본의 교양과학 베스트셀러인, 고토 히데키의 《천재와 괴짜들의 일본과학사》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등을 참고로 유카와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을 추려봤습니다.
①과학과 물리학의 전통=노벨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는 1860년대부터 서구로 과학 유학생들을 파견했고, 세균학자 기타사토 시바사부로가 1회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까지 했습니다. 20세기 초반에 서양의 과학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서구와 경쟁하는 과학 토양을 갖추었죠. 특히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최초의 과학 교양서를 써서 청소년들이 과학자를 꿈꾸게 했고, 서양 여행 안내서를 펴내 학자들의 유학 꿈을 북돋았습니다.
②이화학연구소의 정신=세계 최초로 아드레날린을 추출한 다카미네 조기치가 설립을 주도한 이화학연구소(RIKEN)는 일본 과학 발전에 크게 기여합니다. 다카미네의 주장은 21세기 대한민국에도 유효합니다. "일본인의 폐단은 성공을 너무 서둘러 금방 응용 쪽을 개척해 결과를 얻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화학 연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순수 이화학의 연구 기초를 다져야 합니다."
③자유로운 과학 동료 문화=‘일본 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니시나 요시오는 덴마크의 닐슨 보어 연구소로 유학을 다녀와서 이화학연구소에 ‘코펜하겐 정신’을 불어넣습니다. 이곳을 중심으로 팀원이 상하의 구별 없이 함께 토론하는 문화가 번졌지요. 일본의 많은 대학과 연구소에선 학생이 교수를 ○○교수님,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 씨로 부른다고 합니다.
④동료와 라이벌=과학 업적은 절대 혼자서 이룰 수 없습니다. 니시나의 제자였던 유카와는 수많은 선후배와 협력하고 경쟁했습니다. 특히 양자전자역학을 전공해서 196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도모나가 신이치로는 유카와의 중학교 1년 선배였고, 유카와가 월반을 한 이후 고교, 대학 동기동창으로서 평생 학문적 성과로 경쟁했습니다.
⑤역시 인문학 독서가 바탕!=유카와의 외할아버지 오가와 고마키쓰는 개화한 지식인으로 말년에는 영국 신문을 구독했다고 합니다. 유카와는 외조부의 영향을 받아서 6세 때 한문 서적을 읽었습니다. “나는 어릴 적 한문책을 읽고 배운 것을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미도 모른 채 읽기 시작했던 한문 서적들이 나에게 큰 수확을 가져다줬다. 나중에 어려운 책들을 읽을 때에 문자에 대한 저항감이 전혀 없었다. 한자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단지 외할아버지의 목소리에 따라 읽는 것만으로도 모르는 사이에 한자와 친숙해져 그 후 글을 읽기 쉬워졌다는 것은 사실이다.”
⑥가족의 믿음과 지지=과학자의 성과에는 수많은 헌신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유카와의 노벨상 수상은 부인과의 공동작업이라고 할 만 합니다. 부인은 고교 때 교사로부터 노벨상에 대해 듣고, 결혼하자마자 남편에게 왜 일본은 노벨상을 받을 수 없는지 물었습니다. 유카와가 자신이 노벨상을 꿈꾸고 있다고 말하자 “나는 집안일을 전부 할 테니까 당신을 노벨상을 꼭 받아 주세요.”라고 당부합니다. 그리고 ‘야행성 남편’이 밤에 연구할 때 밝은 전등 때문에 아기가 잠을 깨 울면, 교토의 추위 속에서 아이를 업고 집밖에서 서성거렸다고 합니다.
노벨상 수상이 과학의 목표일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노벨상이 과학 문화의 지표인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을까요? 그것보다 먼저 물어봐야겠습니다. 우리는 기초 과학을 소중히 여기고, 과학자들을 존중하고 있나요?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지난주 내한공연을 가진, 과학자가 이끈 록그룹의 노래입니다. 임페리얼 대학교 우주물리학 박사로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브라이언 메이가 기타리스트로 있는 퀸의 ‘Love of My Life’입니다. 둘째 곡은 과학과 록의 콜라쥬를 실현했다고나 할까요, 핑크 플로이드의 ‘Time’입니다.
[오늘의 건강 팁] 질병 대비 가정 필수 앱
지난해 가을 선보인 베닥이 병원들과 환자들 사이에서 폭발적 화제이지요? 지금 이 시간에도 80개 분야의 베스트 닥터 순위가 환자들의 추천에 따라 치열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매일 수많은 병원들과 환자들이 베닥 후보들을 추천해서 이를 선별하는 작업도 뜨겁습니다.
최근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서로 의사와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환자가 스스로 환우방을 만들어서 서로 정보를 교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번 주부터 베닥에서 환우방 개설을 비롯해서 최고의 활동을 하는 회원 3명을 선별해서 선물을 드립니다. 혹시 ‘가정 필수 앱’ 베닥 다운로드 받지 않은 분은 지금이라도 스마트폰에 설치해서 의사, 병원 고민 줄이시기 바랍니다. 선물도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