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으로 오해...편두통 환자 '우울장애' 경험

[사진=Paulik/shutterstock]
편두통에 대한 이해 부족이 환자들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대한두통학회는 '제5회 두통의 날(23일)'을 맞아 '편두통 인식 및 치료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대한신경과학회와 공동으로 진행했고, 대한신경과학회 소속 신경과 의료진 442명을 대상으로 했다.

편두통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벼운 두통 정도로 인식된다. 머리가 욱신거리고 심지어 구토, 빛과 소리에 대한 공포증 등이 동반되는 고통스러운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편두통 환자는 우울장애와 같은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다.

편두통은 꾀병으로 치부될 정도로 사회구성원들의 이해가 낮은 질환이란 게 신경과 의료진들의 평가다. 조사 결과, 의료진 5명 중 4명은 '편두통 환자가 겪는 고통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직장, 가정)의 이해도가 낮다(87%)', '질환에 대한 보건당국의 관심이 낮다(84%)'고 평가했다.

또 의료진의 94%는 '편두통 치료에 있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한 달의 절반 이상 편두통을 겪는 만성편두통 환자는 삽화편두통 환자보다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크게 느끼며(81%), 편두통 때문에 우울감을 느끼는 경우(88%)도 많다고 답했다.

편두통 예방치료의 기준과 만족도에 대한 의료진의 인식도 조사했다. 예방치료는 편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감소하는 치료로, 두통이 나타났을 때 시행하는 급성기 치료와 달리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수 개월간 지속된다.

조사 결과, 의료진의 예방 약물 투여는 '두통 강도와 상관없이 월평균 7.8회 이상'의 두통을 경험하거나, '급성기 치료제(트립탄)로도 조절되지 않는 두통이 월평균 4.5회 이상' 나타났을 때 고려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방 약물 유지 기간은 약 5.2개월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현재 처방 가능한 예방치료제는 비용 면에서 5명 중 3명(68%)이 만족스럽다고 답했지만, 안전성 측면(39%)이나 만성편두통 환자에서의 치료 효과(29%)에 대한 만족도는 비교적 낮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증 편두통 환자가 많은 대학병원 의료진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낮았다.

조수진 대한두통학회 회장(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은 "편두통이 자주 반복되면 편두통의 강도와 빈도를 감소시키는 예방 치료를 권고하는데, 기존 편두통 예방 치료제들은 고혈압·우울증·뇌전증 등의 치료제로 개발된 약제로, 환자 상태에 따라 치료 효과나 부작용 면에서 한계가 존재했다"며 "최근에는 치료 효과, 복용 편의성이 개선된 예방 치료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두통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이나 편두통 환자의 치료 만족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경과 의료진 2명 중 1명은 일생 동안 편두통을 1회 이상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돼, 국내 편두통 유병률(16.6%)보다 2배 이상 높은 경향을 보였다. 이는 신경과 의료진들의 두통에 대한 높은 이해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을지대병원 신경과 김병건 교수는 "일반인들은 편두통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질환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의료진들은 두통 질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본인의 두통 유형을 잘 인지해 유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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