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음 여성 증가…남성보다 더 위험한 이유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남성보다 피해가 크고 더 짧은 기간에 알코올중독이라 불리는 알코올 사용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여성의 월간 폭음 비율은 2005년 17.2%에서 2018년 26.9%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성인 남성의 월간 폭음 비율이 55.3%에서 50.8%로 소폭 감소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고위험 음주율 역시 성인 남성의 경우 2005년 19.9%에서 2018년 20.8%로 소폭 늘었다. 이에 비해 성인 여성은 3.4%에서 8.4%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한 번의 술자리에서 소주를 기준으로 남성은 7잔, 여성은 5잔 이상 마실 경우 폭음으로 보는데 이러한 폭음 형태의 술자리를 주 2회 이상 하는 비율을 고위험 음주율이라고 한다”며 “여성의 경우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더 빨리 취하고 신체적으로 더 큰 손상을 입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남녀가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알코올로 인한 신체 손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 남성보다 여성이 짧은 음주 기간을 갖더라도 간 질환이나 간경화에 걸릴 확률 역시 더 높다.
연구에 따르면, 폭음이 간에 미치는 손상 정도를 봤을 때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은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신체 수분량이 적고 알코올 대사 능력이 떨어진다.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여성이 남성보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훨씬 높게 나타난다. 여성의 폭음은 생리불순, 불임, 자연 유산, 조기 폐경은 물론, 유방암이나 골다공증의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의 섭취량과 정비례한다고 알려진 유방암은 소량의 음주를 통해서도 발병 위험이 1.4배나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알코올은 골 대사와 비타민 D 대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골다공증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김석산 원장은 “여성의 고용률이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아지고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등 사회 환경의 변화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몇 년 동안 본원을 찾아 진료 받은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의 수 역시 꾸준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2014~2018년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 장애 진료 여성 환자가 지난 5년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은 “여성 알코올중독 환자의 경우 음주 자체를 즐기는 남성과 달리 스트레스나 우울증, 외로움, 슬픔과 같은 정신적인 문제와 술이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술 문제 외에 어떤 감정적인 어려움이 있는지 찾아 함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여성 음주자의 경우 남성보다 자살 위험성이 높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알코올 사용 장애로 진행되는 속도 역시 훨씬 빠르기 때문에 음주 문제를 발견했을 때 되도록 빨리 치료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