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 마비까지... 시야 흐려질 때 떠올려야 할 뜻밖의 질환은?
시력이 저하되거나 시야가 흐려져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다. 중년 이상이라면 자연적인 노화 현상이라며 지나칠 수도 있다. 통증까지 나타나야 비로소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시력 손실이 더 심해지고 사지 마비까지 올 수 있다.
최근 ‘시신경 척수염’ 비상경보가 울리고 있다. 환자가 해마다 20% 정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신경 척수염 환자는 2010년 375명에서 2016년 1,365명으로 늘었다. 이를 십만 명 당 환자수로 계산하면 0.75명에서 2.56으로 매년 18.5% 씩 증가한 것이다.
서울대병원 김성민-서울의료원 김지은-삼성서울병원 신동욱 교수팀이 2010-2016년 국민건강보험 자료로 조사한 다발성경화증과 시신경척수염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다발성경화증도 매년 5.4%씩 꾸준히 증가했다.
시신경척수염은 시신경이나 척수에 자가면역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눈 뒤쪽의 시신경에 염증이 시작되어 시력이 저하되거나 시야가 흐려지고 통증이 나타난다. 염증이 척수에 발생할 경우 사지마비나 호흡곤란 등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여자 환자가 약 70-90%를 차지하고 있다.
김성민 교수(신경과)는 “이 연구는 한국인이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신경척수염에 취약한 유전적 혹은 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며 “그동안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았던 시신경척수염 환자들이 의료 기술 발전으로 조기진단이 가능해진 것”으로 추정했다.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경화증과 초기 증상이 유사할 수 있어 다발성경화증으로 오인되거나 질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 김 교수는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 경화증과 예후와 치료 방법이 매우 달라 정확한 초기 감별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신경척수염은 다발성 경화증과 마찬가지로 만성적으로 반복적인 재발을 하며 초기에 정확한 진단이 되지 않으면 예후(치료 후의 경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다발성 경화증은 뇌, 척수, 시신경으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에 염증성 병변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어디에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병변의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병변이 시신경에 있을 경우 시력의 감소 및 중심 맹점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대뇌에 있을 경우 감각 및 운동 장애, 인지기능 장애 등이 발생한다. 뇌간에 있을 경우 복시 및 어지럼증이, 소뇌에 있을 경우 어지럼증 및 떨림증 등이, 척수에 있을 경우 감각 및 운동장애 및 배뇨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시신경척수염은 뇌보다는 척수의 증상이 더 흔하여 하지의 마비 증상이 더 심하다. 시력 손실도 더 악화될 수 있고 재발율이 높다. 시력이 저하되거나 시야가 흐려질 경우 무심코 지나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해 볼 필요가 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강수명을 위해서는 눈 건강관리도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