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게리맨더링? 선거제 논란에 대한 궁금증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75호 (2019-12-19일자)
새 게리맨더링? 선거제 다툼에 대한 어리보기의 생각
그저께(12월 17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예비 후보자 신청이 시작됐습니다. 게임의 룰도, 선거구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2020년 4.15 총선의 공식 일정에 돌입한 것입니다.
여당과 3+1(군소정당 3곳과 창당 준비단체 1곳)이 선거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데, 연동형 캡이니 석패율이니 용어도 어렵고, 왜 하는지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당이나, 3+1의 소수정당이나, 이 논의 자체를 반대하는 제1야당이나 저마다 자기는 정의이고 나머지는 꼼수라고 주장하는데, 글쎄요, 주위 대부분 사람은 단지 밥그릇 싸움으로 보더군요.
국민이 정치에 대해 냉소하고 무관심하게 만드는 것이 전략이라면, 그것을 의도한 세력이 이미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뭔가 꺼림칙하고 울가망합니다.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기존 선거제도가 정당에 대한 득표율 또는 지지율과 실제 의석수 차이가 발생하는 점 때문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절대적인지는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투표할 때 우선 맘에 드는 지역구 후보를 뽑고, 비례대표 후보는 종종 지역구 후보가 속하지 않은 정당 가운데 선택했습니다. 이런 경우 비례대표 지지가 곧 100% 정당 지지는 아닐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소선거구제는 (절대적이지는 않을지라도 분명 존재하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의 비례성 문제와 함께 △많은 사표 △소수당의 불리함 △지역 인물에 유리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정국 안정에 도움이 되고 선거관리가 쉬우며 비용이 적게 듭니다. 특히 책임 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지요. 어느 것이나 100% 이상적 제도는 없고, 소선거구제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중대선거구제인데 왜 여기에 대한 논의는 별로 없었는지, 또 비례대표제의 공정성과 대표성에 대한 고민은 왜 없었는지 의아합니다.
저는 지금의 선거제도 개편이 게리맨더링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게리맨더링은 1812년 미국 민주공화당의 매사추세츠 주지사 엘브리지 게리가 주(州) 선거구를 자기 당에 유리하게 꼬불꼬불하게 만든 데에서 유래한 말이지요. 불 속에서 살면서도 불을 끌 수 있고 강력한 독을 가진, 뱀 모양의 괴물 샐러맨더를 닮았다고 해서 이것과 게리를 합친 이름입니다. 참고로 샐러맨더는 요즘 도마뱀이나 불을 쬐는 조리 기구를 가리키는 명사가 됐고, 영어로는 게리맨더링을 제리맨더링으로 발음합니다.
게리는 지금은 조소(嘲笑)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당시 민주공화당은 5만164표를 얻어 29명의 당선자를 내 5만 1766표를 얻고도 11명의 당선자밖에 내지 못한 야당을 압도했습니다. 또 게리는 이듬해부터 제5대 미국 부통령이 됐고, 야당인 연방당은 결국 소멸했으니 성공한 전략이라고 해야 할지….
지금 지역구에서도 인구비례를 기준으로 영호남 의석이 수도권과 충청권에 비해서 많다는 점에서 게리멘더링 요소가 잔존하고 있지요. 그러나 지역보다 무형의 구획이 중요해진 시대에 지금 밀고 당기는 것이 결국 자기 당의 의원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새로운 게리맨더링’이라면 지나친 말일까요?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제가 금권 선거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는데 지금 바뀔 제도가 그걸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것을 고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때 목도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바꾸려면 국민의 철저한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이렇게 쉽게 바꿔도 될까요? 한 군소정당 대표는 “국민이 알 필요가 없다”고 발언했는데, 국민이 모르는 선거를 하라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수(數)의 정치이지요. 결국 다수가 제도를 결정하겠지요. 다수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어떡해야 하나요? 그렇다고 소수인 제1야당 역시 국민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냉소와 무관심이 답이 아닌 것은 분명한데….
오늘의 음악
첫 곡은 2015년 오늘(12월 19일) 천국으로 떠난 독일(또는 폴란드)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이끄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교향악단의 연주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 준비했습니다. 1915년 오늘 태어난 ‘샹송의 퀸’ 에디트 피아프의 ‘Non, je ne regrette rien(후회하지 않아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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