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두려움, 퇴원 후 암 관리...‘세컨드 닥터'가 대안이 될까
“병원복도 게시판의 종이 한 장에 적힌 건강정보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권유에 이를 악물고 걷기부터 했지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둔 팔 운동법도 실천하려 애썼고, 마음도 밝고 긍정적으로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본능적으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솟구쳤습니다.”
대한암협회(이사장 노동영 서울대 의대 교수)의 암 극복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장 모(유방암)씨는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암을 이겨낸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암 치료에 대한 정보만 나오면 수첩에 메모하며 실천하려 애썼다. 그는 “열심히 책을 보면서 암 치료 정보를 습득해갔다. 예전에 익숙했던 생활습관 속의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버리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고 퇴원한 암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암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다. 예후(치료 후의 경과)가 좋은 환자라도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피할 수 없다. 병원을 떠나 집에서 생활하는 암 생존자들은 “내가 제대로 몸 관리를 하고 있을까?”라며 답답해한다.
암 환자에게 마음의 건강은 몸의 건강만큼 중요하다. 암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수록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사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두려움이 큰 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5배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재발에 대한 걱정이 많으면 삶의 질도 낮을 수밖에 없다.
암 전문의들은 “충분한 교육을 통해 암을 관리하면 결국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의사나 간호사가 없는 곳에서 환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음식 선택이나 운동 강도를 현명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용하다는 민간요법은 나에게 맞을까?...
요즘 의료계의 이슈 중 하나는 환자가 의료진의 조언을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의 직접 면담은 시간이나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가 뜨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서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가상현실(VR) 등이 대표적인 디지털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의과대학을 나와 환자 진료만 보지 않고 직접 디지털 치료제를 만드는 의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전자제품처럼 IT기술로만 만들 수 없다. 의약품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을 거쳐야 한다. 환자안전을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아야 출시가 가능하다.
현재 앱을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는 메디플러스솔루션이 만든 ‘세컨드 닥터(Second Doctor)’가 주목받고 있다. 말 그대로 의사 없는 곳에서 ‘세컨드 닥터’ 역할을 하는 앱이다. FDA와 국내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 최근 유방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4종류를 우선 출시했다.
‘세컨드 닥터’는 암 종류에 따라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검증되지 않은 건강정보를 메모하면서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이 음식이 내 몸에 좋을까?” “운동 시간을 늘려야 할까?” “약은 언제 복용해야 할까?” 등 암 환자가 궁금한 점을 ‘세컨드 닥터’에 문의하면 전문가로부터 ‘검증된 정답’을 얻을 수 있다. 암은 가족력이 5~10%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 가족들도 이 앱을 이용하면 암 예방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상현실 체험으로 주의집중력장애(ADHD)를 집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제품도 개발됐다. (주)에프앤아이는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공동으로 주의집중력장애(ADHD)를 집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임상시험 중이다. 환자가 집에서 VR기기를 이용해 훈련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병원 게시판의 건강정보를 일일이 메모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누가 알까?
암 환자나 생존자는 마음 관리도 중요하다. 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면 검증된 건강정보를 실천해 건강한 몸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의사에게 질문할 수 없는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세컨드 닥터’ 등 디지털 치료제가 일상화된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