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닥터’ 없을까? 의사 없이 집에서 암 관리하는 방법은?

[사진출처=leungchopan/shutterstock]

암 치료 후 퇴원한 환자 가운데 당황하는 사람이 많다. 퇴원 시 병원에서 기본교육을 받지만 막상 집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늘 질문에 답해주던 의사와 간호사가 없으니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친지가 “암에 좋다”며 희귀 약재를 가져오면 먹어야 할지, 고기는 먹어도 되는지, 심지어 부부생활은 언제쯤 가능할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암 생존자는 암이 완치됐거나 오랫동안 재발 없이 생존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수술 같은 급성 치료를 마치고 재발이나 전이를 막기 위한 보조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폭넓은 의미의 암 생존자다. 해마다 20만 명이 넘는 새로운 암 환자가 쏟아지고 암 생존자 130만 명 시대가 되면서 암 재발을 막고, 치료 후 생존율을 더 높일 수 있는 관리 시스템이 절실해졌다.

"간혹 암 환자 중 퇴원 후 자기 마음대로 생활하다가 암이 다시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 집에서도 철저히 몸 관리를 해야 암을 이길 수 있습니다."

국립암센터-국가암정보센터의 암 극복 수기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이 모(대장암)씨는 "긍정적인 사고로 암을 적극적으로 관리한 게 완치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 때 약을 복용하고 정해진 시간에 몸에 맞는 음식으로 식사하고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다. 퇴원 후 걷기를 하루 30분 정도 하면서 점차 운동시간을 늘려 갔다"고 했다.

일부 암 환자는 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하면서도 민간요법을 겸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은 항암 치료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영양의 균형을 고려하지 않고 “몸에 좋다”며 무조건 특정 식품만 섭취하면 오히려 암을 이기는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암 수술이나 항암 치료 후 제대로 몸 관리를 할 수 있을까? 암 환자가 병실을 떠나 제대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은 없을까?

[디지털 치료제 전문업체 메디플러스솔루션이 개발한 암 관리 앱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의료계는 암 환자가 집에서도 스스로 몸 관리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목하고 있다.  환자의 ‘셀프 관리’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앱),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챗봇 등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가 각광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가운데 간편한 앱을 이용해 암 종류에 따라 개인에 최적화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컨드 닥터’(second doctor)가 주목 받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 전문기업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이 개발한 ‘세컨드 닥터’는 사용자가 질환명과 음식섭취량 등 기본정보를 입력하면 오늘 할 일, 식사 및 운동 관리, 복약지도 등 개인 맞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친척이 생소한 민간요법을 권하면 ‘세컨드 닥터’에 문의해 전문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말 그대로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세컨드 닥터’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컨드 닥터’ 같은 디지털 치료제는 IT기술로만 함부로 만들 수 없다. 의약품처럼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 등 엄격한 치료 효과 검증과 규제 기관의 인허가를 받아야 출시 가능하다. 자칫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환자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컨드 닥터' 역시 대규모 임상시험과 실증을 통해 그 유효성이 입증되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국내 식약처의 인증을 받아 최근 유방암, 위암, 대장암, 전립선암 등 4종류를 우선 출시했다.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국립암센터 등 4개 병원의 의료진과 전문가 56명이 참여했다.

가상현실(VR), 챗봇(대화 로봇)을 활용한 디지털 치료제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주)에프앤아이는 강남세브란스병원 등과 공동으로 가상현실 체험으로 주의집중력장애(ADHD)를 집에서도 치료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환자가 집에서 카페, 도서관 등으로 설정된 가상현실 기기를 이용해 스스로 훈련할 수 있어 매 번 병원을 오가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이제 암을 병원에서만 치료하고 관리하는 시대는 지났다. 장소에 구애 없이 환자 스스로 간편한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환자들의 암 극복 수기를 보면 ‘검증된 지침에 의한 실천’이 암 완치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 음식, 운동, 복약 등을 전문가의 지침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면 암 완치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의사에게 질문을 못하면 앱을 통해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세컨드 닥터’ 등 디지털 치료제가 암 환자의 새로운 동반자가 되고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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