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시대'에 떠올리는 '상보성의 원리'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64호 (2019-11-18일자)
'갈등의 시대'에 떠올리는, 닐스 보어 '상보성의 원리'
“참의 반대말은 거짓이다. 하지만 심오한 진리의 반대말은 또 다른 심오한 진리일지도 모른다.”
1962년 오늘(11월18일)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칼스버그에서 이 명언을 남긴, 양자물리학의 태두 닐스 보어의 심장이 멈춘 날입니다.
보어는 원자 안에서 전자가 핵을 축으로 안정적으로 공전하지만, 다른 에너지 수준으로 뛰어넘어갈 수 있다는 ‘보어 모델’을 제시했고 1922년 원자의 구조와 방사선에 대한 연구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지요. 그는 또 원자현상이 입자이면서 파동인 현상을 ‘상보성의 원리’로 정리해서 양자물리학의 발전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보어는 뛰어난 천재였지만 영어는 서툴렀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조셉 톰슨 교수 연구실에서 원자 모델에 대해서 연구하다가 언어 소통이 잘 안 돼 옥스퍼드 대학교의 어니스트 리더퍼드 교수 문하로 들어가서 보어 모델을 만들지요. 고전물리학으로는 설명이 안됐던 획기적 가설은 헨리 모즐리, 알프레드 파울러 등 후배 과학자들의 실험으로 뛰어난 이론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는 27세 때 마르그레테 뇌를룬과 결혼하고 노르웨이로 신혼여행을 가서도 논문을 썼다고 합니다. 보어가 내용을 불러주면 마르그레테가 깔끔하게 정리하면서 보어의 부족한 영어를 벌충했다고 합니다.
보어는 덴마크로 돌아와서 ‘상보성의 원리’를 내놓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의 현상계에서 모순이라고 하는 것이 원자 세계에서는 동시에 성립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는 말은 현상계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리였지만, 원자 세계에서는 상호배타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성립한다는 설명입니다.
보어의 상보성 이론은 양자물리학의 발전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철학, 심리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로 번져갔습니다. 특히 중국, 인도 철학과 현대과학을 묶어서 설명하는 책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어 역시 자신의 이론이 동양철학의 패러다임과 조화를 이룬다고 봤습니다. 그는 1937년 중국에 가서 주역의 음양 사상을 접했고, 나중에 작위를 받았을 때 태극을 집안의 문양으로 쓰기까지 합니다. 태극에서 음과 양은 서로 대립적 개념이지만, 섞여있고 조화를 이룹니다. 공자가 좋은 사회의 모델로 제시한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지만 같지는 않다)’의 세계와 어울립니다.
상보성의 원리는 사회의 많은 부분에 적용될 겁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특성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성질이 있는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 특성을 ‘상보성의 원리’라고 하는데, 여러분에겐 해당하지 않는지요?
상보성의 원리는 많은 갈등의 치유제이기도 합니다. 남녀, 노소, 지역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은 섞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공존하며 보완하는 것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요? 갈등을 조장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우리가 현명하다면 거기에 휩쓸려선 안 되겠죠? 오늘은 얼핏 반대편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 사람이 누군지 떠올려보고 그 사람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은 어떨까요, 상보성의 원리를 떠올리면서!
오늘의 음악
오늘, 가을비 그치면서 무지개 뜨겠죠? 무지개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사람에게만 보인답니다. 첫 곡은 영화 ‘발레리나’에서 리즈 휴엣이 노래하는 ‘Rainbow’입니다. ‘무지개’란 이름의 엄청난 록그룹도 있었죠? ‘Catch the Rainbow,’ ‘Rainbow Eyes’ 등 ‘Rainbow’가 들어간 유명한 노래들도 있지만, 오늘은 로니 제임스 디오의 보컬, 리치 블랙모어의 기타, 코지 파웰의 드럼이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헤비메탈 록의 명곡 ’Stargazer‘ 준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