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윤희의 운동건강]

[사진=lzf / shutterstock]

이제는 마라톤 대회가 선수들만의 경기가 아니다. 마스터스들의 잔치가 돼가고 있다. 동아일보의 서울국제마라톤, 공주백제마라톤, 경주국제마라톤과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춘천마라톤, 중앙그룹의 JTBC 서울마라톤 등은 마스터스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다.

1990년대 말은 ‘국제금융기구(IMF) 외환위기 시대’에 내외적으로 닥친 고난을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재무장하자는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폭발적으로 4050주자들이 마라톤에 진입하는 시기였다. 이제는 정체기라고 보이지만 완만하게 성장, 발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달 27일 필자가 참가한 춘천마라톤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새로운 변화가 생긴 것을 눈으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10여 년 전 만 해도 눈을 씻고 봐도 찾기 어려웠던 2030세대가 이제는 한 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서구의 마라톤대회에선 2030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반면, 우리나라는 50대와 40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중장년층은 건강에 관한 관심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기에 이 나이대가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양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전체 풀코스참가자 16,000여 명 중에 2030세대가 3,000여명(약 20%)이었고, 하프, 10km는 45%를 상회했다.

2030은 왜 달릴까? 1980년대 중,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에서 어떤 변화와 동기가 있게 된 것일까?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가보자면 그 시기쯤에 민주화가 태동되어 나름대로의 이익단체와 집단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이권다툼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또한 폭압적인 군사정권이 퇴보하고 민주화계열의 대통령이 선출되면서 국정철학이 확고하지 못했던 시절을 틈타 1990년대 중반 고입, 대입 체력장 제도가 은근슬쩍 사라졌다. 대학입시에 온 가족이 불나방처럼 매진하고 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무한경쟁이 과열양상의 조짐을 보였다.

학교, 학원, 집으로 고정된 동선에 차량이 동원되고 차츰 신체의 움직임이 사라졌다. 학교체육은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 가장 성장이 왕성한 시기에 몸을 움직이지 않게 되고, 몸 쓰는 방법조차 배우지를 못했다. 요즈음은 운동회도 자취를 감추었다. 반대로 먹을 것은 더 많아지고 시간도 늘어났다. 자연스레 초등학교에서부터 과체중, 비만이 증가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장선으로 안보, 국방의 기본인 장병들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기초체력을 키울 기회가 없다보니 훈련소에서부터 달리는 것이 무척이나 힘겨운 것이다. 운동이나 훈련이 아니라 고통이나 고문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병사들이 야간행군도 무서워한다고 한다. 예전에 군 생활을 한 기성세대들이 보면 기간도 현저히 단축된 지금의 군대는 병영체험이나 보이스카우트 수준이다.

‘공장식’으로 양식화된 삶을 살아온 젊은 청년들이 스스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DNA 저장된 움직임의 기쁨과 재미, 담겨진 미학과 경험철학을 스스로 터득해 나가는 것이다. 심신의 건강은 덤으로 따라온다. 이런 과정이 삶의 일부분으로 정착된다면 머지않아 선진 외국처럼 2030세대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이제는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며 박수만 칠 것이 아니라 교육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국민운동으로 어떻게 잘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인가?”라는 국가과제로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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