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이 사탕과 다르지 않은 이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초콜릿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들은 과학적 근거는 미미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인터넷에서 초콜릿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잠깐만 검색해봐도 예컨대 ‘초콜릿이 몸에 좋은 7가지 이유’라든지, ‘다크 초콜릿,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 따위의 기사가 줄을 잇는다. 심지어 다크 초콜릿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는 기사도 보인다.
뉴욕 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매리언 네슬레 교수는 대표적인 ‘반(反)초콜릿주의자’(그의 성(姓)은 다국적 식품기업의 이름과 전혀 관계가 없다). 그에 따르면 초콜릿이 몸에 좋다는 연구들은 대부분 원료인 카카오에 든 플라보놀 성분의 효능에 집중한다.
플라보놀의 항산화 효과는 실제로 세포 손상을 막아 심장질환을 예방하고 혈압을 낮추는 등 순환 기능을 향상한다.
그러나 초콜릿은 플라보놀의 순수결정이 아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의 쓴맛을 없애기 위해 제과업체들이 엄청난 양의 설탕과 지방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초콜릿을 얼마나 먹어야 플라보놀이 주는 장점을 누릴 수 있을까? 네슬레 교수는 “어마어마한 양”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가장 흔한 밀크초콜릿 기준으로 하루 1.1kg을 먹어야 보건당국의 플라보놀 권장량 750mg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 이 정도 초콜릿의 열량은 6000칼로리에 육박한다. 사흘 치 권장 열량이다.
이런 과학적 진실에도 불구하고 초콜릿이 몸에 좋다는 연구와 기사는 왜 그렇게 많을까? 제과업체들이 초콜릿 연구에 돈을 대기 때문이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제과업체 마즈(Mars)는 한 해 동안 코코아 및 초콜릿에 관한 연구 100개에 자금을 지원했다. 그중에는 초콜릿이 심장질환 위험을 낮춘다거나, 코코아가 면역기능을 높인다는 결론을 낸 연구도 있었다.
네슬레 교수는 “초콜릿은 기본적으로 사탕”이라며 “우린 사탕을 섭취하는 방법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절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영양사 캐서린 제라츠키는 "초콜릿을 먹는다면 65% 이상 코코아를 함유한 다크 초콜릿 제품을 선택하는 게 그나마 덜 해롭다"고 조언했다. 적정 섭취량은 하루 30g 정도. 여기엔 기껏해야 140mg의 플라보놀이 있는데, 별다른 효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미미한 양이다.
그러므로 건강을 핑계 삼아 초콜릿에 탐닉하기보다는 그저 사탕처럼 절제하여 즐길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