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명의와 진정한 명의의 차이는?
[박진영의 어깨 펴고 삽시다] ①초음파와 어깨충돌증후군
58세 여자 환자 A씨가 어깨를 부여잡고 진료실을 들어온다. 얼굴에는 누가 보더라도 '나 너무 아파요'라고 쓰여 있었다A씨의 한쪽 손에는 두툼한 타 병원의 차트 기록이 있었다. 가져온 차트를 바탕으로 환자의 병력(病歷)을 들었다.
통증은 약 3년전부터 생겼고 그 동안 다닌 병원만 10곳이 넘었다. 주사치료, 도수치료, 체외 충격파를 비롯한 각종 치료들과 수십 장의 처방전들… 온갖 치료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은 어깨 통증을 하소연하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 어깨의 통증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숨 쉬는 것이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우리 병원의 환자 가운데 극심한 통증에 잠을 못 이루지만, 지금까지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이 10명 중 2~3명은 되는 것 같다. 희망을 품고 온 환자들이기에 어떻게 치료를 해 야할 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작은 자세한 병력 청취와 함께 환자들이 호소하는 증상을 세부적으로 묻고 신체검진을 시행한다. 시행된 검진을 바탕으로 초기 의심되는 진단을 내린 후 이에 대해 검사를 시행한다. 필요 시 정밀검사를 바로 시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환자들은 이미 자기공명영상(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와 같은 정밀검사결과를 갖고 내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병원에는 MRI나 CT와 같은 정밀검사 기계가 없다.
그러나 이보다 뛰어난 무기가 있다. 바로 초음파이다. 초음파는 환자와 소통하며 병변 부위를 보여주면서 바로 설명해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초음파 검사는 역동적이다. 관절을 움직이며 환자의 통증이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해서' 나타나는지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엄청난 장점이다. 모든 치료의 시작은 환자의 병이 왜 생기는지 이해를 시키는 것에서 출발한다.
A씨는 문진 뒤 초음파를 보면서 충돌증후군으로 진단됐다.
어깨충돌증후군이란 견봉(어깨힘줄인 회전근개를 감싸고 있는 뼈)과 상완골의 대결절부(회전근개 중 3개의 근육이 부착되는 부위) 사이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마찰이 발생하는 병을 말한다. 정상 어깨 관절에서는 이 공간이 충분하지만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일을 하거나 운동을 하게 되는 경우 또는 퇴행성 변화(돌출된 뼈)에 의해서 견봉과 어깨 근육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돌증후군은 어떻게 근본적으로 치료해야 할까?
A씨는 수십 회의 주사치료와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하였지만, 한가지 간과된 것이 있었다.
타 병원에서는 환자의 재활에 치료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통증 조절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러한 치료를 하면 일시적인 주사치료의 효과로 통증은 조절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약 기운이 사라지면 다시 재발하게 된다. 환자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같은 치료를 반복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재활이며 이에 중점을 두고 환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손상된 근육이 저절로 회복되거나 돌출된 뼈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변 근육을 단련하여 균형을 맞추면 수술 없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면 관절내시경 수술을 통해 돌출된 뼈를 제거하여 마찰이 발생하지 않게 치료를 시행한다.
다행히도 A씨는 3개월에 걸쳐 몇 단계 어깨 재활치료(1단계 관절막 늘리기, 2단계 관절 운동범위 회복, 3단계 견갑골 재활, 4단계 근력강화)를 열심히 반복한 끝에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마지막 외래에서 전 직원들에게 커피 한 잔씩을 돌리고 기분 좋은 발걸음으로 병원 문을 나섰다.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고 당장 증세를 누그러뜨리는 치료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명의의 치료는 다를 것이다. 방송에 출연하지 않고 온라인에서 자기 이름을 알리지 않는, 숨은 재야의 명의는 더 없이 많을 것이다. 이들 진정한 명의는 술기를 뽐내거나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환자와의 소통과 교육을 통해 병의 근본적인 치료를 하는 의사가 아닐까?
원장님, 치료만 잘 하시는 줄 알았는데, 글도 잘 쓰시네요. 늘 고맙습니다.
박진영 교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