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마일 차, 정말 숙면에 도움될까?
영국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에는 힘든 하루를 보낸 피터에게 엄마가 달게 자라고 카모마일 차를 끓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이 쓰인 게 1902년. 카모마일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믿음은 적어도 백 년 넘게 이어져 온 셈이다. 과학적으로는 어떨까? 카모마일 차는 정말 숙면에 도움이 될까? ‘라이브 사이언스’가 관련 논문들을 살폈다.
2011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 연구진은 만성적인 불면증을 가진 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28일에 걸쳐 하루 두 번씩 한 그룹에는 카모마일 추출물을, 다른 한 그룹에는 가짜 약을 제공한 것. 연구진은 카모마일 추출물을 먹은 이들이 가짜 약을 먹은 이들에 비해 빨리 잠 들고, 밤중에 깨는 경우도 덜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차이는 미미했고, 카모마일 추출물이 영향을 미쳤다는 결정적 증거도 부족했다.
2016년 대만 푸잉 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산모들을 대상으로 카모마일 차의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2주에 걸쳐 매일 카모마일 차를 마신 이들이 마시지 않은 이들에 비해 잠도 잘 자고, 우울 증상도 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2017년 이란 이슬라믹 아자드 대학교 등의 연구진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카모마일 추출물을 섭취한 쪽이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깊은 잠을 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관련 연구가 부족한 상황. 그러나 하버드 대학교 수면 의학 센터 에릭 주 박사는 카모마일 차를 마시는 게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카모마일 차를 마시라고 조언한다. 그는 “잠 드는데 도움이 되는 무엇이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잠 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잠에 대한 걱정은 그 걱정만으로 다시 잠 드는 걸 어렵게 만든다. 그런데 카모마일 차를 마시면 잠이 잘 오더라는 믿음 또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과학적인 근거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다. 카모마일 차는 안전하다. 카모마일 차를 마셨더니 마음이 편해지고 잠이 잘 오더라 느꼈다면, 그 감각을 믿고 차를 마시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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