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의사 찾아주는 앱의 미래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40호 (2019-07-19일자)
최고 의사 찾아주는 앱이 나오기까지
어제 온라인에서는 코메디닷컴의 앱이 화제였습니다. 10여 개 언론사가 최고의 의사를 찾아주는 ‘베닥’의 출범을 소개했고, 한때 포털사이트 주요기사 리스트 최상단에 올랐습니다. 환자 쏠림을 걱정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환자들에게 정말 필요한 앱이 마침내 나왔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베닥은 베스트닥터의 준말로, 환자에게 최상인 의사를 뜻합니다. 저는 동아일보에서 3차례, 코메디닷컴에서 4차례 모두 7차례 각 분야 베스트닥터를 조사했습니다. 코메디닷컴의 조사결과 톱으로 선정된 의사의 인터뷰는 네이버, 다음, 중앙일보(2차례)에 함께 연재됐습니다. 이번에 선보인 베닥 앱에선 연인원 3000명의 의대 교수들에게 조사한 결과를 가중치에 따라 합산했고 각종 환우회의 평가, 의사들의 학회활동, 각종 언론사의 조사결과 등을 반영했습니다.
2000년 베스트닥터 시리즈는 운명처럼 제게 왔습니다. 어머니가 의료사고로 갑자기 유명을 달리한지 한 해 뒤였습니다. 어머니는 한국 최고 명의(名醫)라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무성의한 진료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나중에 한 대학교수가 “그 분은 명의로 알려졌지만, 술을 좋아해 연구는 별로 안하시는데…”하는 말이 비수(匕首)로 가슴에 꽂혔습니다. 당시 의학기사를 담당한지 얼마 안 됐을 때인데 ‘못난 기자가 쓰는 기사가 얼마나 많은 독자를 사지로 몰았을까?’하는 자책이 밀려왔습니다.
신문사를 설득해 환자들을 살릴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당신의 가족이 아프면 어느 의사에게 보내고 싶은가”를 물어서 밤새 집계했습니다. 일부 의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많은 의사와 독자들이 박수를 보내줬습니다.
저는 기자 시절 걸핏하면 집에 안가고, 주말도 모른 채 일에 매달렸습니다. 의학을 담당하고 처음에는 의사들로부터 “의학기사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쓰느냐”는 칭찬을 받을 때 행복했고, 다음으로 특종을 도맡아 해서 박수를 받으며 우쭐했습니다. 그러나 베스트 닥터를 연재하면서 “당신 때문에 살았다”는 독자의 감사 메일을 받을 때 가장 보람 있었습니다. 그 기쁨은 어떤 피로, 스트레스도 풀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에 연수 다녀와서 ‘황우석 사기극’ 때 수많은 사람들이 임상시험에 희생당할 처지에 놓였는데도 사람들을 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를 키워준 신문사를 퇴사하고,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린다’는 슬로건으로 코메디닷컴을 만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늘이 제게 소명을 준 듯합니다. 우리나라는 1885년 제중원을 설립하면서 정통의료가 들어왔고, 여러 단계를 거쳐 1990년대 의대 교수들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세부전공에서 최선을 다하는 베스트닥터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때 운 좋게도 제가 ‘의사 지도’를 만든 셈이 됐습니다. 그 의사들이 지금도 각 분야를 이끌고 있고, 이제는 국제학회의 리더가 됐습니다.
베닥 앱은 이들을 중심으로 현재 국내 최고의 의사들을 소개하고 있지만,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의사들의 주전공이 20년 전에 비해 더 세분화되고 있는데, 질병군 별 리스트여서 이 경향이 잘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의사의 친절도와 설명능력, 대기시간 등도 반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으로선 동병상련의 환자끼리 서로 의사 정보를 교류하게끔 해서 질병군 별 추천시스템의 한계를 메우려고 합니다. 앞으로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위의 다양한 사항을 종합해 '개인 맞춤형 베스트닥터 추천시스템'을 만들려고 합니다.
어떤 분들은 물을 것입니다. 기업인데, 이 앱으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고? 수많은 환자들이 모이면, 똑똑한 가족처럼 최적의 의사를 찾아서 예약하는 서비스, 효자처럼 환자를 병원에 모시고 가서 보호자 역할을 하는 서비스, 환자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생활을 안내하고 급할 때 자문을 해주는 서비스 등을 통해 환자를 살리면서 적절한 수익을 낼 것입니다. 해외 환자의 국내 병원 이용과 귀국 후 건강관리도 할 겁니다. 모든 것이 앱에서 이뤄집니다. 한 마디로 우버의 의료 버전입니다.
아직 ‘베닥’ 앱은 부족합니다. 모든 병을 아우르기보다는 베스트닥터가 필요한 중병 위주이고, 앱의 편리성이나 사용편리성에서도 부족한 점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앱은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집단지성 앱’입니다. 여러분과 함께라면 이룰 수 있을 겁니다. 하루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려는 꿈, 여러분과 함께라면!
오늘의 음악
첫 곡은 영화 ‘친구’의 주제가죠? 오늘 같이 ‘더운 여름밤(A Hot Summer Night)’으로 시작하고 후렴구 “닥터, 닥터…”의 가사로 유명한, 로버트 파머의 ‘Bad Case of Loving You’ 입니다. 둘째 곡은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의 좋은 의사이죠? 김광석의 여러 노래를 만들었던 김창기의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