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전 의원, "죽어야 한다는 목소리 따라다녀 힘들어"
정두언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62)이 돌연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에서는 고인이 마지막 방송에서 한일관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타살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극심한 우울증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인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우울증은 특정한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북한산 자락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정 전 의원은 파란만장한 삶의 여파로 최근까지 우울증과 사투를 벌였으며 3년 전 극단적 시도를 하기도 했다.
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데 일등공신이었지만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을 비판했다가 권력 언저리로 밀려났다. 게다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돼 10개월 간 수감됐다가 무죄로 풀려났다. 고인은 무죄 확정 후 받은 65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전액 기부하고 여의도에 다시 입성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하고 이혼의 아픔도 겪었다.
정 전 의원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 가정에서 모두 실패했을 때 목을 맸지만 가죽 벨트가 끊어져 실패했다. 내가 악몽을 꾼 것인가, ‘어디가 어디지’ 싶었다.”고 토로했다.
고인은 지난해 초 재혼하고, 12월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서 아담한 2층 일식집을 열며 밝은 삶을 설계했다. 또 왕성한 방송활동을 하면서 우울증과 싸워 이기는 듯했다.
그러나 한 번 찾아온 우울증을 떨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 언론계 인사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월 자신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개입과 정무적 국채발행을 폭로한 뒤 유서를 쓰고 잠적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해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표시했다.
정 전의원은 그 자리에서 “우울증이 있으면 죽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것이 계속 따라 다닌다”면서 신 사무관을 걱정했다. 그는 당시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내면의 목소리를 이기는 것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 자리에서 고인의 지인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기본적으로 화병이 우울증을 불렀으므로 충실히 치료받고 선거에서 당선되면 증세가 호전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줬지만, 정 의원은 내면의 질책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선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고인은 “가족에게 미안하고 사랑한다. 장례는 크게 치르지 마라. 조용하게 치러 달라. 어머니 옆에 화장해서 묻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에게는 ‘여보 사랑해’라고 유서에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져올 게 없어 타살의혹 찌라시를 뉴스에 싣는 기자도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