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탐구 탈모 ①]‘혹시 나도?’ 늘어가는 여성 탈모...원인은 바로 '이것'
헐! - 욕조에서 샴푸 뒤 떨어져 동동 떠다니는 머리카락들을 볼 때.
억! - 욕실 배수구의 돌돌 말린 머리카락이 눈동자에 박힐 때.
쳇! - T V를 켜자마자 풍성하고 볼륨 있는 헤어스타일을 뽐내는 여배우가 나올 때.
… - TV 출연자끼리 “소갈머리 없다”고 다투는데 내가 괜스레 얼어붙을 때.
정수리의 듬성듬성한 머리칼 탓에 고민인 주부 김성희 씨(39·경기 성남시 이매동)는 아침부터 이처럼 감정의 롤러코스트를 탄다. 샴푸 뒤 머리 말릴 때와 빗질 뒤 떨어진 머리카락이 몇 가닥인지 알아채는 능력을 확인하며 “내 눈이 좋아졌나” 하고 스스로 위로 하다가, 눈앞에서 낙엽처럼 떨어진 머리카락 몇 올이 흩날리는 걸 발견하며 허무함까지 느낀다. ‘내가 탈모 노이로제인가?’
탈모하면 브루스 윌리스, 이덕화, 김광규 등 남성을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탈모에는 ‘남녀 구분’이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년 병원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탈모 환자 21만5015명 가운데 여성이 95,170명으로 44.3%였다. 이 통계는 병원을 찾은 사람만을 집계한 것으로, 건강보험공단의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이 1000만 명에 이르며, 여성이 과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여성, 건강 두피 50%도 못 미쳐…”
두피 건강은 탈모 예방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사실이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척박한 토양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듯 민감하고 건강을 잃은 두피에서 자라는 모발 역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에서 조사한 한국 여성 두피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10~70대 한국 여성 중 절반에 못 미치는 45%만 비교적 건강한 두피를 가지고 있다는 것. 한국 여성 둘 중 한 명은 두피 고민을 갖고 있는 셈이다.
조사된 두피 고민의 약 22%는 모발의 밀도가 낮은 탈모 증상의 양상에 대한 고민이었으며, 이 양상은 특히 40대에서 5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급증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양상이 발생하는 연령도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점차 앞당겨지는 추세다.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 두피 건강 위협하는 환경, 탈모 발생 시기도 어려져”
여성 탈모의 유전적 메커니즘은 남성과 다르지 않다. 여성에게도 생존, 경쟁, 성욕 등과 관계 있는 남성호르몬이 다량 존재한다. 이 남성호르몬이 모낭(털주머니)에 있는 특수한 ‘5α-환원 효소’와 상호작용하면 변형 남성호르몬(DHT, Dihydr otestoster one)이 생긴다. 이것이 모낭 세포를 공격해 탈모를 일으킨다(그래픽 참조).
그러나 탈모의 원인은 ‘복잡한 여성의 신체 특성’ 만큼이나 다양하다. 유전요인보다 다양한 환경적 요인이 두피 건강을 위협하며 탈모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여성은 다이어트, 출산 등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 영양결핍, 약물 사용 등으로 인해 일시적 탈모를 겪을 수도 있다. 이를 휴지기 탈모증이라 하는데, 머리가 빠지는 원인이 제거되면 수개월에 걸쳐 정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방치하면 영구적 탈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권오상 교수는 “담배연기는 두피로 공급되는 혈류량을 줄여 모발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직접흡연은 물론, 간접흡연도 피하는 것이 좋다"면서 "불규칙한 생활습관과 수면 부족, 비만도 탈모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잦은 파마와 염색, 잘못된 샴푸도 두피 건강을 악화시킨다. 파마와 염색 같은 화학적 시술은 두피에 염증을 일으킨다. 적은 머리 숱을 감추려는 파마가 자칫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또 머리를 지나치게 자주 감으면 두피의 유·수분 밸런스가 깨져 탈모가 진행된다.
요즘 학계에서는 미세먼지와 20, 30대의 스트레스와 다이어트를 새로운 탈모 원인으로 주목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괴롭히는 미세먼지는 호흡기는 물론, 두피에도 독소. 아모레퍼시픽 두피과학연구소가 2015년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중국 시안, 베이징)과 청정 지역(중국 쿤밍)의 여성을 대상으로 피부 상태를 측정했더니 미세먼지가 심한 지역에서 두피를 포함한 피부 장벽의 기능이 떨어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미세먼지가 탈모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간접 입증한 것.
심평원의 2017년 병원이용실태 조사에서 전체 환자의 26.6%가 20~40대 여성이었는데, 이는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 젊은 여성의 생활 특징이 탈모의 원인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취업, 업무, 결혼생활 등의 스트레스가 탈모를 부추기고, 탈모 스트레스 탓에 병원을 찾는다는 것.
심우영 교수는 “여성형 탈모는 남성형 탈모처럼 민머리가 되는 경우는 드물며 이마 위 모발선은 유지되지만, 머리 중심부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며 머리카락 굵기가 부위별로 서로 다른 특징이 있다”면서 “머리숱과 굵기에 변화가 왔다고 느끼면 가급적 빨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코메디닷컴과 아모레퍼시픽 ‘려’ 두피과학연구소는 ‘1000만 탈모 시대’를 맞아 탈모 고민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심층적으로 모색한다. 다음 회에는 탈모를 예방하는, 건강한 두피 관리와 헤어스타일 연출법에 대해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