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자위 까매지는 괴사성 병변, 귀 연골막으로 치료
눈 수술을 받은 후 눈의 흰자(공막) 일부가 까맣게 변하는 괴사성 병변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드문 현상이지만 이 같은 '괴사성 공막염'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있다.
류마티스 질환이 동반됐을 때 특히 수술 후 공막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수술 없이 자가면역질환의 합병증으로 괴사성 공막염이 나타날 수도 있다.
경증일 땐 기증 안구 이식이나 양막 이식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중증인 '진행성 괴사 공막염'에 이르면 지금까지는 안내염으로 실명하거나 안구 적출을 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난치성 질환의 완치 방법이 국내 의료진에 의해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안과 김지택 교수팀과 제일안과병원 김재찬 교수가 '진행성 괴사공막염의 치료를 위한 자가연골막 및 양막 이식술(Transplantation of Autologous Perichondrium with Amniotic Membrane for Progressive Scleral Necrosis)'이란 연구 논문으로 새로운 치료법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공막 천공에 임박했거나 공막 괴사가 광범위해 기존의 수술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진행성 공막 괴사 환자를 대상으로 귀에서 연골막을 떼어 기존의 양막 이식술과 함께 외안부(안구의 바깥쪽) 재건 수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환자들의 6개월 후 수술 성공률이 95%에 이르렀으며, 합병증 또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행성 공막염으로 수차례 수술을 거듭하며 전층 공막괴사로 공막염과 안내염 또는 천공이 발생한 환자도 완전한 치유 결과를 보였다. 한 번의 수술로 완치되지 못한 5%의 환자도 연골막을 이용한 보완 수술로 완치됐다.
양막이식이나 공막이식과 같은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되지 않는 난치성 괴사 공막염은 자가 연골막 이식 수술이 가장 효과적이고 적합한 치료법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지택 교수는 "포유류를 제외한 척추동물의 경우 눈에 연골을 가지고 있어 진화론적으로 연골막과 공막은 동일한 조직"이라며 "귀에서 떼어낸 환자 본인의 연골막을 이용하면 난치성 공막염으로 안구를 제거해야 하는 환자의 수를 현저히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골막 이식의 안구 복원 효과는 연골막의 중배엽 줄기세포의 영향으로 생각되며, 향후 연골막 내 중배엽 줄기세포의 치료 효과에 대해 실험적으로 규명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공막과 망막에 관한 임상 연구와 기초 연구를 병행해 난치성 안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017년 미국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에서 최우수 학술상으로 선정됐고 '안구표면학(The Ocular Surface, Impact factor 5.667)'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