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흘러내리는 '골반장기탈출증', 수치심 탓에 병 키워

[사진=transurfer/gettyimagebank]
신체의 '밑이 빠지는 병'이라고 불리는 질환이 있다. 바로 골반장기탈출증이다.

이 질환은 자궁, 방광, 직장 등의 장기를 지지하는 근육이 약해져 발생한다. 복부에 압력이 가해져 근육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장기가 아래로 흘러내려 질을 통해 밑으로 처지거나 질 밖으로 빠져나온다.

탈출하는 장기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장이 빠져 나오면 직장류, 자궁이 빠져 나오면 자궁탈출증, 방광이 빠져 나오며 방광류라 부른다. 두 가지 이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질환은 특히 임신과 출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성의 몸은 임신과 출산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는데, 그 중 하나가 골반 구조의 변화다. 골반 구조가 바뀌면 골반 구조물을 지지하는 골반 인대, 근막, 근육 등이 손상을 입는데, 이로 인해 골반장기탈출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보통 난산을 겪거나 거대아를 출산하거나 여러 번 출산을 반복했을 때 골반지지 구조가 손상을 입는다.

출산이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지만, 복압을 상승시키는 만성 변비, 복부 비만, 잦은 기침,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드는 행위 등도 골반장기탈출증을 일으킬 수 있다.

골반장기탈출증이 있으면 질 부분에서 묵직한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빠져 나온다. 이로 인해 걷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봐도 시원치 않거나 변비가 생기는 등 배변·배뇨에 문제가 생긴다. 골반 통증도 수반된다.

이를 방지하려면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배변 활동과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치료는 질 입구로 장기가 얼마나 빠졌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초기에는 골반 근육 강화 운동으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지만, 2기 이상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과거에는 복강경 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로봇수술이 점차 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수술 시간을 단축하고 절개와 흉터를 최소화하며 수술 후 통증을 경감시키며 빠른 회복을 돕는다. 정교하고 정확한 시술로 조직손상 및 부작용도 최소화한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비뇨의학과 배재현 교수는 "골반장기탈출증 증상이 있어도 수치심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를 미루면 증상이 악화되고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병이 의심되면 빨리 검사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평소에는 케겔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로 골반 근육과 주변 조직을 강화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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