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 온도도 성차별? 냉방 강하면 남성 업무능력 오를까
에어컨의 계절이 다가온다. 집에서야 개인의 기호에 맞게 냉방의 강약을 조절할 수 있지만, 사무실, 카페 등 공용 공간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에어컨 바람이 추운 사람과, 더 시원한 바람을 원하는 측이 신경전을 벌이기 쉽다.
대개 냉방 온도에 대한 의견은 성별에 따라 갈린다. 통상 여성들이 원하는 냉방 온도가 남성보다 약간 높다. 여성들은 심부 체온이 높기 때문에 에어컨의 찬 바람이 남성보다 춥게 느껴진다. 옷차림도 영향을 준다. 남성은 대개 슈트나 재킷을 입지만, 여성은 스커트나 얇은 블라우스를 입는 경우가 많다.
냉방 온도에 관한 기존 연구들의 결론은 엇비슷하다. 여성들이 약간 높은 온도를 선호하지만, 사무공간의 평균 온도는 남성이 쾌적한 수준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를 ‘성차별적인 실내온도’라 일컫는 연구자도 적지 않다.
독일, 미국의 연구진이 내놓은 최신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실내온도가 높을 때 인지적 작업 능력이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독일 남녀 대학생 55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섭씨 실내 온도를 16도~33도로 변화하면서 두 자리 숫자 덧셈을 하거나, 뒤섞인 10개의 알파벳으로 단어를 만드는 퍼즐 맞추기를 했다.
온도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성적이 높아졌고, 낮으면 남성이 더 잘 풀었다. 그러나 차이는 크지 않았다. 여성은 섭씨 1도가 높아질 때마다 수학 문제에서 1.75%, 단어 맞추기에서 1%씩 성적이 좋아졌지만, 남성은 수학 문제에서 0.6%씩 점수가 낮아졌고, 단어 문제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특히 수학 문제의 경우 낮은 온도에서 남성의 점수가 높았으나, 온도를 올리면 격차가 점점 줄어들어 마침내 남녀 간 차이가 사라졌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여성은 더위에 강하고, 남성은 추위에 강하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사무실 온도는 기분뿐 아니라 업무 성과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름철 냉방 온도는 진지한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Battle for the thermostat: Gender and the effect of temperature on cognitive performance)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