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좋은 운동이 있을까? "하루 15분 달리기"
“우울증은 라디오 맨손 체조만 매일 해도 낫는다”
<인간 실격>을 쓴 일본의 문호 다자이 오사무가 심한 우울증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소설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내뱉은 말이다.
그러나 운동으로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말에 반감을 품은 사람은 적지 않다. 깊은 우울에 침잠한 사람이 과연 팔을 걷어붙이고 운동을 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운동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한다는 이야기다.
학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했다. 운동이 우울함을 덜어주느냐, 아니면 기분이 좋아야 운동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즉 운동과 기분의 인과관계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등 연구진에 따르면 운동은 기분을 좋게 하며, 반대로 운동량이 적으면 우울해진다.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량이 많으면 우울 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눈에 띄게 낮았다. 흥미로운 점은 측정 장치를 몸에 채워 운동량을 쟀을 때만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점. 참가자들이 연구진에 보고한 운동량은 부정확했던 셈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자신의 운동량을 부풀려 말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회사에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세탁소에 들르는 것 등 일상적인 활동을 운동시간에 포함하지 않은 탓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운동이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걸까. 하루 15분 달리기 또는 한 시간 빨리 걷기 정도의 운동을 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26%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카르멜 초이 박사는 “의식적으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면서 “본격적인 운동이 아니더라도 계단 오르기, 설거지, 스트레칭 등 일상의 모든 신체적 활동은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연구(Assessment of Bidirectional Relationships Between Physical Activity and Depression Among Adults)는 미국 의사협회 정신의학 저널(JAMA Psychiatry)에 실렸고,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이 보도했다.
덧붙이자면, 대작가의 비극적 죽음을 조롱했던 미시마 유키오는 그로부터 20여 년 후 할복자살로 생을 맺었다. “자위대를 군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선동하며 인질 소동을 벌인 끝에 저지른 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