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 맞는 '폐렴구균 백신'...NGO가 나선다
매년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예방접종 주간으로, 전 세계적으로 예방접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접종률의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지정됐다. 대개 예방접종은 어렸을 때부터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에 따라 진행되지만 이러한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최근 난민 아동을 대상으로 폐렴구균 백신 예방 접종을 시작하며 예방접종주간 취지에 걸맞는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단체는 그리스 키오스, 사모스, 레스보스섬 등 그리스에서 4800번의 폐렴구균 접종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폐렴은 2018년 한국인 사망 원인 4위, 전 세계적 아동 사망 원인 1위를 기록하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통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 현재 화이자와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만이 폐렴구균 백신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아동 필수 예방접종 백신 중 가장 가격이 높다.
제약 회사들과의 백신 가격 협상에 반대하는 미국에서 폐렴구균 백신 가격은 아동 1명당 540달러(약 62만 원)다. 다른 고소득 국가인 프랑스는 동일한 폐렴구균 백신 가격이 189달러(약 21만 원),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제약 가격 협상도 잘 이뤄지지 않는 국가는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240달러(약 28만 원)이다. 그리스 내 약국에서 판매하는 폐렴구균 백신 가격은 1명 접종당 168달러(약 19만 원)이며, 한국의 경우 220달러(약 25만 원) 정도가 든다.
폐렴구균 백신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기존 제약사의 특허권으로 인해 신규 제약사의 진입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 제약사가 가장 높은 수준의 폐렴 구균 백신을 개발 중이었으나 한국에 설정된 특허로 인해 출시가 좌절됐다. 현재 EU, 중국, 인도를 포함해 전세계에서 화이자의 폐렴 구균 백신 특허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거나 특허가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2017년부터 세계보건기구, 유니세프, 국경없는의사회, 세이브더칠드런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 프로그램으로 위기 지역의 사람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에 백신을 구매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현재 화이자와 GSK는 이 프로그램에 폐렴구균 백신을 최저가로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다만, 시민 단체 및 유엔 산하 기구에만 해당된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 프로그램은 2018년 9월까지 인도적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렴 구균 백신에 대해 총 61만 3000 접종에 해당하는 용량을 제공했다. 국경없는의사회 수잔 쉴레 자문은 "제약사들이 각국 정부와 인도적 단체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백신을 제공해 취약한 상황에 놓인 아동에게 예방접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은 전염성 질환 발생을 예방해 질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절감시키고,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보호받게 한다. 특히 아동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고령화로 인해 감염병에 취약한 만성질환자가 늘어나 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상황이다. 백신이 인류 공동체 건강 증진에 공헌하고 있는 만큼, 인도적 지원 차원의 공급의 중요성 또한 더 커지고 있다.
쉴레 자문은 "인도적 지원을 위한 메커니즘은 폐렴구균 백신 가격이 너무 높기 때문에 해결하고자 만든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백신의 높은 가격 때문에 생명을 잃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