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증후군 위험 4배... 나도 내장 비만일까?
날씬한 편은 아니지만 과체중과는 거리가 먼 A씨. 최근 건강검진결과를 받고 깜짝 놀랐다. 내장 비만 진단을 받은 것. 엉덩이나 허벅지에 붙은 지방도 어쩌지 못하는데 내장에 붙은 지방을 대체 어쩌란 말인가.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이 훨씬 더 몸에 해롭다는 말에 한숨부터 나온다.
전체적으로 비만 체형인 사람은 물론이고, A씨처럼 말랐지만 배만 나온 사람도 내장비만을 의심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국내 성인 복부 비만 유병률은 20.8%(남자 24.6%, 여자 17.3%, 2015년 기준)다. 5명 중 1명은 복부 비만인 셈이다. 복부 비만은 내장 비만이라 봐도 무방한데, 복강 안쪽 내장 사이를 커튼 모양으로 연결하고 있는 장간막(그물막)에 지방이 많이 쌓인 상태를 내장비만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내장 가까이에 지방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혈관과 내장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친다.
내장지방은 대사증후군의 주요 위험인자
내장지방은 혈액속으로 지방을 흘려보내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유리지방산 같은 염증성 물질이 혈류를 타고 돌면서 혈관을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 주변에 지방이 잔뜩 끼면 장기가 압박을 받아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내장비만이 심해지면 대사증후군은 4.2배, 고혈압과 고지혈증은 2배, 당뇨는 2.1배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사증후군인 사람은 심장병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성이 건강한 사람보다 무려 30배 이상 높아진다. 대사증후군의 위험인자는 내장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고혈당 등 네 가지다. 그 중 내장지방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일본 게이유생활습관병연구소 소장 구도 가즈히코 박사는 저서 《보이지 않아서 더 위험한 내장지방》에서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은 대사증후군 위험인자가 하나인 사람은 약 5배, 두 개인 사람은 약 10배, 3~4개인 사람은 무려 31배가 높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서 이들 위험인자는 상태가 아주 가벼운 경우가 많았다. 중년이 넘으면 질병 한두 가지 정도는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위험인자가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각한 질환을 초래하게 된다.
폐경기 여성, 알콜 섭취량 많은 사람 주의해야
폐경기 여성과 알콜 섭취량이 많은 사람은 내장비만의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50대 전후 여성의 폐경기(갱년기)가 되면 지방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면서 복부에 지방에 쌓인다. 노화현상으로 신진대사가 떨어지면서 장에서 흡수한 영양이 내장 사이사이 빈 공간에 머무는 현상이 가중되어 내장 비만이 되기도 한다. 그 밖에 음주와 흡연, 과식,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을 주의해야 해야 한다.
체중 변화보다 허리둘레 변화가 중요
일반적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로 쓰는 BMI(체질량지수)는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눠 구한다. 하지만 BMI 진단 결과 정상으로 분류된 경우라도 실제로는 비만인 경우가 많다. BMI는 근육과 지방의 무게, 체형 등을 고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부자가진단법은 하늘을 보고 누워 가볍게 무릎을 세운 상태에서 배에 힘을 뺀 다음 양손으로 배꼽 좌우의 살을 잡아 비만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살이 깊게 잡히면 피하지방형 비만, 피부만 잡히면 내장비만일 가능성이 크다.
줄자를 이용해 간단하게 측정할 수도 있다. 배꼽 주위 허리둘레 (가장 많이 나온 부분)를 측정하면 되는데, BMI지수가 25이상이면서 허리둘레는 남성 90cm이상, 여성은 85cm이상이면 비만으로 볼 수 있다. 정확한 검사를 원한다면 CT촬영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내장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저탄수화물 위주의 식단과 함께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성인의 경우 하루2리터 정도가 적정량이다. 내장지방을 제거하기 위해 주3회 이상, 30분 이상의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특히 빠르게 걷기가 내장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