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통해 감정 교류하는데.. "얼굴성형, 대인관계 망친다"

[사진=Tatyana Dzemileva/shutterstock]

거리에서 유모차를 맞닥뜨린 상황을 상상해보자. 유모차에 탄 아기가 나를 보고 방긋 웃는다.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내 미소에 아기가 더욱 활짝 웃으며 환희의 발버둥까지 친다면? 녹아내리지 않을 수 없다. 파안대소하며 아기에게 손을 흔들게 된다. 가장 극적인 ‘표정 따라 하기’의 사례다.

인간이 타인의 표정을 따라 하는 것은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인식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은 감정을 느껴 공감하려는 소통의 방편이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얼굴 성형술이 표정 따라 하기를 통한 공감을 방해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미국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다.

보톡스, 필러, 리프트 등 얼굴 미용과 관련한 각종 시술 혹은 수술은 표정을 어색하게 만들 수 있다. 특정 부위를 마비 하거나, 당기고, 통통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상적인 인상이 바뀌거나, 표정을 제대로 짓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과 파울라 니덴털 교수는 “타인과 사회적인 관계를 맺는 데 표정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오로지 미용의 목적에 매몰돼 지속적으로 성형 시술을 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인, 친구, 가족, 동료, 고객 등을 만날 때 쌍방은 서로 미묘한 표정에서 상대의 감정을 읽고, 그 표정을 따라 하며 공감하고, 자신이 힘주어 말할 대목을 강조한다.

대화 상대방이 시종 ‘포커페이스’를 짓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상대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공감하는지, 거부감을 느끼는지 알 수 없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상대방에 국한되지 않는다. 나에게 ‘표정 장애’가 생기면, 상대방이 멀쩡하더라도 그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된다. ‘표정 따라 하기’를 하지 못하면 타인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의미다.

입에 마우스피스나 젓가락을 물면 표정을 짓기 힘들어진다. 과학자들이 사람들에게 이런 제한을 가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감정을 얼마나 잘 읽어내는가 실험했다. 피실험자들의 두뇌를 장기 공명 장치로 들여다본 결과, 감정을 해석하고 조절하는 영역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이나 파킨슨병으로 안면 근육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도 상대방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또,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대개 ‘표정 따라 하기’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하바스 교수는 “사람들은 표정을 통한 감정 교류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한다”면서 “과도한 성형으로 풍부한 표정을 잃는 것은 감정과 정보를 교류할 중요한 채널을 끊어버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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