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시술 시, 의료인 방사선 피폭량 높다 (연구)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조영술을 시행할 때 의료인이 받는 방사선 피폭량이 허용 수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소화기내과 손병관‧정광현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의료인들이 받는 실제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내시경과 방사선을 이용한 내시경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을 시행하는 의료인이 방사선에 피폭된 선량을 조사했다. 또 연구자들이 자체 제작한 방사선 가림막의 방사선 방호효과도 함께 입증했다.
ERCP는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해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 및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는 시술로, 이를 통해 병이 있는 부위를 관찰한다. 개복수술을 하지 않고도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시술이다. ▲담관, 췌장의 양성·악성질환 ▲총담관결석에 의한 담관염 ▲담도폐쇄를 동반한 췌장·담도 종양 ▲췌장염 환자 등을 치료할 때 쓰인다.
을지병원 연구팀은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총 128건의 ERCP에서 의료인에게 발생한 누적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했다. 연구 기간은 3개월 단위로 1분기(43건), 2분기(47건), 3분기(38건)로 나눴다. 시술 건당 평균 투시 시간은 245초, 방사선 촬영 횟수는 3.7회였다.
방사선 피폭으로부터 의료인을 보호하는 이동식 차단막도 제작했다. 전신을 가릴 수 있는 크기의 납차단막은 상단에 투명 납유리를 장착해 시야를 확보하고, 하단에는 바퀴를 장착해 편리성을 더했다.
분기별로 차단막 바깥과 내부의 평균 누적 방사선량을 비교한 결과, 매 분기의 평균 피폭량은 차단막 바깥이 26.85±3.47mSv, 차단막 내부는 1mSv 미만이었다(p<0.001). 차단막 바깥쪽 방사선량은 방호막이 없었다면 의료인의 두경부에 대부분 피폭될 가능성이 있다. 즉 이동식 차단막이 방사선 피폭을 현저히 차단한다는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IRCP)에서 허용하는 방사선 종사자의 5년간 총 누적 선량은 100mSv 이하로 매년 20mSv를 넘지 않아야 한다. 신체 부위별로도 차이가 있는데 눈(수정체) 보호를 위해서는 연간 150mSv 이하가 권장된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보면 테이블 상부에 위치한 조영기구를 이용해 128건의 ERCP를 시술했을 때 1분기(30.69mSv) 2분기(25.89mSv) 3분기(23.96mSv) 9개월간 이미 총 누적 피폭량은 80mSv를 초과했다. 연간 250개의 ERCP 시술을 한다면 연간 피폭량은 150mSv를 훌쩍 넘는다.
대학병원은 평균 연간 250건이 넘는 ERCP을 시술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방사선 방호를 하지 못한다면 시술자들이 받는 방사선 누적 피폭량이 엄청나게 높다는 예상이다. 방사선 피폭량이 많을수록 백내장, 암 발생 위험도는 증가한다.
손병관 교수는 "방사선 피폭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납안경, 납옷, 갑상선 보호대와 같은 개인 보호장비 착용은 필수"라며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더라도 몸 전체를 방어할 수 없으므로 이동식 차단막과 같은 방사선 방호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내시경 역행성담췌관조영술 시 시술자들을 위한 이동식 차단막의 방사선 방호효과 : 준 실험적 전향적 연구)는 BMJ Open저널 2019년 3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