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나이는 행복한 나라?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306호 (2019-04-08일자)
브루나이는 행복한 나라인가요?
동남아시아의 보르네오 섬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으로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세 나라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섬 북쪽 끄트머리의 브루나이는 면적이 제주도의 세 배 정도이고 인구는 43만 명으로 제주도 인구(약 60만 명)보다 적습니다.
브루나이의 정식 명칭은 ‘브루나이 다루살람(Brunei Darussalam)’으로 ‘평화가 깃든 곳’을 뜻하지만, 요즘 엄청 시끄럽습니다. 이 나라가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본격 시행하면서 서구의 집중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동성애, 간통죄를 범하면 돌을 던져 죽이고 물건을 훔치다가 걸리면 초범은 오른쪽 손목을 자르고 재범은 왼쪽 발목을 자른다고 합니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일부 국가에서는 브루나이 여행 경계령을 내렸습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브루나이 투자청이 소유하고 있는 호텔들을 이용하지 말자고 주장했고,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토크쇼 진행자 엘렌 드제너러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보이콧 호텔 목록을 올렸습니다. 가수 엘튼 존, 테니스 원로 빌리 진 킹 등 명사들이 공유를 하고 있지요.
브루나이는 영종도에서 비행기로 4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7성급 호텔에서 머물며 사흘 골프 치고 관광하는 상품을 이용하는 100만~150만 원 짜리 여행상품이 인기라고 합니다. 주 브루나이 대한민국 대사관의 게시판에 있는 최근 자료에는 1인당 GDP가 3만1500달러로 소개돼 있지만, 각종 자료에서 지난해 8만1612 달러로 세계 4위로 나와 있습니다.
브루나이는 15세기 보르네오 섬 대부분과 필리핀 일부까지 지배했지만, 16~19세기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으로부터 착취당하며 기울어졌습니다. 1929년 유전이 발견되고 1984년 영국으로부터 완전 독립하면서 ‘기름 판 돈’으로 부자 나라가 됐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루나이를 엄청난 복지의 나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금, 교육비가 없고 의료비와 교통비는 무상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사가 나올 때마다 상당수 브루나이 교민들은 “복지가 과장돼 있고 사회 인프라의 수준이 낮아서 일반 서민들의 삶은 한국보다 훨씬 못하다”고 주장하더군요. 1인당 GDP도 부가 천문학적으로 집중된 왕실을 빼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다는 겁니다.
어쨌든 브루나이 국민은 왕실의 명령과 이슬람 율법만 잘 따르면 ‘등 따시고 배부른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술, 담배가 금지돼 있고 ‘밤 문화’도 없습니다. 형벌은 엄청나게 강해서 범죄도 거의 없겠죠? 그러나 언론도 국유에 가까워서 ‘언론의 비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외형적으로 종교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성탄절 파티는 불법입니다. 라마단 금식 기간에 공공장소에서 음식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면 경을 칩니다. 노출이 심한 옷도 못 입습니다.
브루나이는 국민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데 조사기관에 따라서 최상위권이 되기도, 100위 안팎이 되기도 합니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말한 “배부른 돼지보다 불평 많은 소크라테스가 낫다”는 관점에서 보면 후자의 순위가 이해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서구에서 샤리아에 대해 비판하자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은 “브루나이는 공정하고 행복한 나라”라고 반박했습니다. 서구에서는 브루나이 왕실은 온갖 향락을 향유하면서 국민에게는 금욕생활을 강요한다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국민이 종교적 생활에 대해서 불만이 없고 치열한 경쟁 없이 느긋하게 살 수 있으니 ‘낙원’일 수도 있겠지요. 브루나이는 우리나라보다 행복한 나라일까요?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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