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깨거나 갈지 않고...아이에게 채소 더 먹이려면?
고기와 양파를 갈아 햄버거 패티를 만들거나, 해시 브라운에 브로콜리나 당근을 으깨 넣으면 아이에게 몰래 채소를 먹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속임수는 좋은 전략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 소아과 학회 대변인 나탈리 무스 박사는 “아이들이 채소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않는다면 미각을 훈련할 기회를 잃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이 보고, 맛보고, 질감을 느낄 수 있어야 나중에 채소의 맛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는 것. 다른 음식에 몰래 갈아 넣으면 그런 미각 훈련은 불가능하다.
예컨대 과일과 채소를 갈아 죽처럼 만든 어린이용 식품을 먹이면 아이들은 과일과 채소가 아니라 결국 ‘과당 먹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유아 및 아동기 아이들은 새로운 맛과 향을 배워야 한다. 채소의 흙냄새, 풋내, 쌉쌀한 맛을 아이들이 처음부터 좋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차차 그런 맛에 익숙해져서 마침내 즐기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을 꺼리거나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아이들이 채소나 과일을 당장 먹지는 않더라도 보고 만지는 것으로 시작하여 조금씩 친해지면 언젠가 먹을 수 있게 된다.
뉴욕 타임스가 아이에게 채소를 먹이는 방법에 관해 전문가의 의견을 정리했다.
◆ 어른과 똑같이 = 집밥을 먹이는 게 좋다. 친숙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은 편안해진다. 어린이용 요리를 따로 만들지 말고, 어른들이 먹는 음식을 함께 먹게 하라. 다만 다양한 선택지를 두어 아이가 고르게 하라. 예컨대 방울토마토와 썬 당근 중에 아이가 제 입맛에 맞는 걸 고르게 하는 식이다.
◆ 배고플 때 = 아이가 시장기를 느낄 때 새로운 채소를 시도하는 게 좋다. 어른들은 대개 아이가 허기지도록 놔두지 않는다. 지퍼락 따위에 아이의 간식거리를 담아두었다가 수시로 먹인다. 충분히 배가 고프지 않은 아이가 밥상에서 아직은 맛이 어색한 채소에 손을 댈 리가 없다.
◆ 놀이처럼 = 처음부터 먹이려 애쓰지 말라. 당근이나 무를 깍둑 썰어 블록 쌓기 놀이를 하거나 아스파라거스를 붓처럼 물에 적셔 그리기 놀이를 할 수도 있다. 가지고 논 채소를 잘 씻어 요리에 사용하면 아이는 친숙한 식재료가 좋은 음식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 식사 준비도 함께 = 당근을 다듬거나 채소 요리를 그릇에 담는 일을 아이와 함께하라. 완성된 요리를 식탁에 낼 때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자랑스럽게 느낀다. 그렇게 아이가 참여한 요리를 칭찬하라. “당근이 참 예쁘구나”, “허브가 있으니 더 먹음직하네” 등의 찬사가 좋다. 단, “당근을 먹을 거구나?” 같은 직설적인 말은 삼가라. 아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칭찬해도, 아이는 항상 더 많은 것을 시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