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 기억력 감퇴의 원인? (연구)
장시간 TV를 시청하는 장년층은 기억력이 급속도로 나빠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컬리지 런던 대학교 등 연구진에 따르면 하루 세 시간 반 이상 TV를 보는 장년은 언어적 기억력이 6년간 8~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 시간이 그 이하인 경우의 감소폭인 4~10%의 두 배에 달했다.
기억력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퇴하지만, TV를 오래 보는 장년층은 그 속도가 빨라진다는 결과다.
연구진은 영국의 50세 이상 성인 3500명을 대상으로 10개의 단어를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주어진 주제에 관련한 단어를 얼마나 많이 나열할 수 있는지 등을 측정했다.
연구진은 TV 시청이 기억력 감퇴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독서나 운동 등 두뇌에 자극을 주는 다른 활동을 줄이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데이지 팬코트 박사는 특히 "장노년층은 막장 드라마(soap opera)를 즐기는데, 등장인물이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동화하기 쉽다"면서 "시청하는 동안 받는 인지적 스트레스가 기억력 감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킹스 컬리지의 데임 틸 와이크스 교수는 "어떤 프로그램을 보는지에 따라 기억력 감퇴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아직 불명확하다"면서 "같은 프로그램도 혼자 보느냐,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청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레이 대학에서 임상 심리학을 강의하는 밥 패턴 박사는 "장노년층이 너무 TV를 오래 보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면서 "TV가 뇌를 당장 망가뜨리는 것은 아니어도, 50대 이상 연령층에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Television viewing and cognitive decline in older age: findings from the 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는 과학 저널 네이처가 발간하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