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의 또 다른 고통, 항암치료 중 식사법 7
[암과 영양 - 주광로 칼럼]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죽이는 반면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정상 세포에도 손상을 입힌다. 특히 분열이 빠른 장점막 세포들의 손상은 설사를 일으키는데, 이는 항암치료 중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합병증 중 하나이다.
가벼운 설사는 음식 선택 등을 통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나 간혹 심한 설사는 항암치료를 중단해야 하거나 심지어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환자 및 보호자는 병원을 찾기 전 설사 초기에 도움이 되는 생활 방식 및 음식물에 관심을 갖고 집에서 우선적으로 자가 조절을 해 볼 수 있다.
첫째, 평소에 먹던 식사를 제한하고 물, 사과주스, 맑은 죽이나 수프 등을 권장한다. 가급적 8~12컵(3~4리터)의 물을 마셔 설사로 인해 부족한 수분을 보충한다.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생수를 계속 마시는 것 보다 당분과 적절한 양의 염분, 칼슘 등이 포함된 맑은 수프, 맑은 주스, 카페인이 없는 차, 스포츠 음료 등으로 수분섭취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식사는 섬유질이 적고 에너지가 풍부한 음식을 권한다. 특히 변비에 좋다고 하는 섬유질이 많은 채소, 양배추, 브로콜리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BRAD diet'라고 일컫는 바나나(Bananas), 살죽(Rice), 사과소스(Applesauce), 토스트(Toast)가 설사 시 권하는 대표적인 음식들인데, 섬유질이 적고 에너지를 공급하는데 적격이다.
셋째, 장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음식을 피한다. 양념이 강한 자극적 음식, 술 또는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과 음료수, 오렌지주스, 자두주스, 그리고 기름기가 많거나 튀긴 음식을 피한다. 껍질을 제거한 순살 치킨 수프, 소스를 넣지 않은 파스타, 풀어 익힌 달걀(scrambled egg), 감자, 국수 등이 추천되는 음식들이다.
넷째, 음식은 조금씩 나누어 자주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세 번에 먹던 식사를 5~6번으로 나누어 식사를 하게 되면 속도 편해지고 설사에도 도움이 된다.
다섯째, 과일이 먹고 싶을 때는 생과일이나 말린 과일은 제한하고 껍질이 없는 통조림 과일이 좋다. 우유나 유제품의 경우는 설사로 인해 유제품을 소화시키는 효소가 일시적으로 부족할 수 있으므로 당분간 피하는 것이 좋다.
여섯째, 요거트 등 유산균이 들어있는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은 설사에 도움을 주므로 섭취를 권장한다.
일곱째, 설사가 심하고 오래 지속되면 미네랄 공급도 필요하다. 설사를 통해 우리 몸에서 중요한 칼륨이라는 미네날이 변을 통해 손실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나나, 감자 등과 같은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추천하기도 하나, 신장병이 있는 환자의 경우는 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까지 보충이 필요한 경우는 중증의 설사이므로 병원을 찾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위의 내용들을 간단히 요약해 보면 가벼운 설사의 경우 수분섭취, 당분을 포함한 에너지 섭취가 중요하고, 설사가 심해지지 않도록 자극적인 음식과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제한하고 음식을 조금씩 나누어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행히 음식 조절 후 설사가 호전되어 편해졌다고 생각되면 정상적인 식사를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초기 대처로 조절이 안 되는 경우는 반드시 의료진을 찾아야 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암환자에서 설사는 항암약물 뿐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될 수 있고, 환자들 마다 대처 상황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에서 밝힌 것 처럼 기본 조치를 해도 지속되거나 다음과 같은 경우가 한가지라도 있으면 의료진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진을 찾아야 하는 중증의 설사는 다음과 같다.
하루에 6번 이상의 설사가 이틀 이상 지속되는 경우, 어지럼증이 있는 경우, 설사로 인해 몸무게가 빠진 경우, 1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못한 경우, 하루 이상 물을 마실 수 없는 경우, 체온이 섭씨 38도 이상으로 열이 있는 경우, 복통과 동반된 설사가 하루 이상 지속되는 경우, 항문에 통증이 있거나 변 볼 때 피가 나는 경우, 며칠간 배가 부풀어 오르는 경우 등이다.
<주광로 경희대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