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이 감소한 암환자에게 식욕촉진제가 도움될까?
[암과 영양 칼럼]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이다. 이는 환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암 환자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암 치료와 예후에 좋을까?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 감소가 발생하면 혹시 암에 걸리지 않았는지 의심하게 된다. 암에 걸리면 암 조직에서 염증성 매개물질 및 조직을 분해하는 물질 등이 분비돼 악액질(cachexia)을 촉진하게 된다. 이는 체중 감소의 원인이 된다. 처음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40% 정도에서 설명할 수 없는 체중 감소가 일어 난다. 진행된 암 환자의 80% 정도가 체중 감소와 악액질을 함께 경험한다.
암 환자가 수술, 항암, 방사선 치료 등으로 인해 식욕이 감소할 때 체중유지 등을 위해 식욕촉진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식욕촉진제는 꼭 필요하며, 이런 방식으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괜찮을까?
먼저 체중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럽 정맥경장영양학회의 암환자 영양에 대한 진료지침(2017년 개정)을 보자. 유럽과 캐나다에서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8160 명의 암환자를 대상으로 체질량지수(BMI, kg/m2) 및 체중의 감소 정도(%)를 각각 5가지 범주(카테고리)로 나눠 생존기간과의 상관관계를 보고한 내용이다.
체질량지수를 28 이상, 25~28, 22~25, 20~22, 20 이하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각각의 평균 생존기간이 13.1, 10.2, 8.1, 6.1, 4.7개월로 의미 있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체질량지수가 가장 높은 군의 경우, 가장 낮은 군과 비교하면 3배 정도 생존기간이 긴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체중의 감소 정도를 2.5% 이하, 2.5~6%, 6~11%, 11~15%, 15% 이상으로 나누었을 때, 17.3, 11.3, 7.5, 6.2, 4.4개월로 의미있는 차이가 났다. 체중 감소의 경우 체질량지수보다 더 많은 차이가 나며, 생존기간의 차이가 4배에 달한다.
이를 합쳐 총 25개의 카테고리로 나누면 가장 생존기간이 길었던 군은 체질량지수가 28 이상이면서 체중감소가 2.5% 이하였던 군으로, 평균 생존기간이 21.5개월에 달했다. 가장 생존기간이 짧았던 군의 경우 체질량지수가 20~22 사이이면서 체중감소가 15% 이상이었던 군으로, 평균 생존기간은 3.7개월에 불과해 6배 정도 생존기간의 차이가 났다.
다시 식욕촉진제 문제로 돌아가 보자, 식욕촉진제를 사용할 경우 식욕이 떨어진 암 환자에게 합성 프로제스테론(progesteron) 제제를 많이 처방하게 된다. 이는 정확한 작용기전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추신경계에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세로토닌(serotonin)을 감소시키고, 뇌하수체에서 식욕을 높이는 신경전달 물질을 증가시켜 식욕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흔한 부작용으로는 당뇨병 환자에서 혈당조절의 악화가 있을 수 있고, 호르몬 유사 성분이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하면 남성에서는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임산부나 가임기 여성은 투여를 금지해야 하고, 혈전색전증이 있는 환자도 투여에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식욕촉진제는 꼭 필요한가? 수술적 치료로 완치가 어려운 암 환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의 향상과 생존기간의 연장일 것이다. 적절한 체질량지수를 유지하고 급격한 체중 감소를 막아야 생존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단순히 식욕촉진제 투여만으로 체질량지수 감소 및 체중 감소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외에 다른 방법들을 통해 식욕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생존기간을 늘리고 삶의 질도 향상시킬 수 있다.
식전에 간단한 운동을 한다든지,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도 입맛에 맞을 수 있으니 섭취해 볼 수 있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높은 음식들을 먹 되 열량이 부족하다면 간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식욕촉진제를 복용하면 체중 감소를 예방하고 적절한 체질량지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기간의 연장을 위한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한성용, 송근암 부산대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