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시보, 간염 환자의 훌륭한 대안" 국제학회 발표
[바이오 라운지] 임상연구 책임자 연세대 한광협 교수
"세계 간염 환자들에게 최고의 약이 될 수 있었던 국산 신약이 사장될 뻔한 것을 살렸다는데 의미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약 허가와 관련해서 진통을 겪는 사이 미국 약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간학회에서 고려대 안산병원 임형준 교수는 일동제약의 B형간염 치료제 베시보(성분명 베스포비르)의 3년간 임상시험 결과 기존 약에 비해 안전하고 효과는 대등하다고 발표했다. 베시보의 주 연구 책임자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한광협 교수(64·사진)는 이 약이 세계 간염 치료제 시장에서 기존 약제들의 최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했다.
한 교수는 "베시보의 임상시험 결과 기존 치료제 비리어드와 약효는 비슷했고 비리어드를 장기간 사용하면 생길 수 있는 콩팥 독성, 골다공증 등 부작용은 적었다"면서 "비리어드 사용 중에 생긴 부작용도 베시보로 변경하면 대부분 회복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이 가운데 2년 임상시험 결과를 지난해 유럽간학회에서 발표한 데 이어서 세브란스병원 안상훈, 보라매병원 김원 교수 등과 함께 간질환 분야 국제 권위지 《임상 소화기학 간학회지》 최신호에 게재했다.
베시보는 원래 LG화학이 개발한 신약이다. 1998년 GSK의 제픽스(라미부딘)가 간염 치료제로 처음 나왔지만 내성이 잘 생기는 문제 때문에 이후에 비리어드(테노포비르)와 바라크루드(엔테카비어)의 두 가지 약이 표준 치료제로 양대 산맥을 형성했다. 그러나 비리어드는 장기 투약 중 콩팥 독성과 골다공증의 부작용이 문제였고, 바라크루드는 한 번 내성이 생기면 잘 듣지 않는 것이 한계였다.
LG화학의 베스포비르는 약효는 비리어드와 유사했고 부작용이 적은 획기적 신약으로 기대를 모았고 국제적 권위의 학술지에 효과가 소개됐다. 그러나 임상2상에서 근육 형성에 필요한 카르니틴 효소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엘카트리틴을 보충하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 부작용이 발목을 잡아서 임상시험이 더 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한 교수는 제픽스에서부터 모든 B형 간염 치료제의 임상개발과정과 환자 치료과정을 지켜봐온 의사로서 이 훌륭한 신약의 개발이 최종 임상 단계(III상 임상) 앞에서 멈추는 것에 속이 타 들었고 백방으로 길을 알아봤다. 마침내 일동제약을 설득해서 배턴을 이어받게 했다. 일동제약 윤웅섭 대표는 한 교수의 설명을 듣고 대규모 임상시험과 시판 과정을 책임졌다. 국내 22개 병원의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이 연구에 동참해서 최종적으로 이 약이 기존 약의 대체제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고 국내 출시를 승인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 의사들과 제약회사가 악전고투하는 사이,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비리어드의 부작용을 해결한 베믈리디(TAF)를 출시했다.
"우리 신약이 자신감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을 추진했으면 일찍 출시돼 세계적 신약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최적기를 놓쳤습니다. 이미 기존 치료제의 특허가 끝나서 저렴한 복제약이 국내 시장에서 포화인 상태에서 출시됐지요. 또 베믈리디가 거의 동시에 출시돼 베시보가 시장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한 교수는 "정부가 국내 제약사에게 신약개발을 권하기만 하지 말고 신약개발에 의욕을 보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좀 더 힘써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B형 간염 시장이 어느 정도 차있는 상황에서 신약에 대해서 임상시험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보험 인정을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는 것. 그러나 일동제약과 LG화학은 함께 손을 잡고 베시보의 해외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베시보는 두 제약회사가 힘을 합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했고, 수많은 간염 환자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번 아시아태평양간학회 회원들의 반응을 보건대,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간염 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좋은 약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