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 배고플 때 불안할 때도 나와

[사진=Stokkete/shutterstock]g
피곤하거나 졸리면 하품이 나온다. 지루한 책이나 영화를 볼 때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는 하품을 흔히 '자야 한다'는 신호로 인식하지만, 하품은 뜻밖의 순간에 터져 나오기도 한다. 배가 고파도 나오고, 심지어 불안해도 나온다.

미국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스카이다이버들은 점프 직전에 하품을 하는 경향이 있다.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게 지루해서가 아니라, 불안해서다. 경찰관들이 어려운 작전에 투입됐을 때 하품이 나온다고 토로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몸은 무슨 효과를 얻고자 하품을 하는 걸까?

부족한 산소를 보충하기 위해서? 틀렸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상식으로 받아들이는 가설이지만, 1987년 실험으로 이미 폐기됐다.

스위스 제네바 대학교에서 임상 신경 과학을 연구하는 에이드리언 거기스버그 교수는 "지금까지 하품의 생리학적 효과는 밝혀진 게 없다"면서 "그래서 어떤 과학자들은 하품은 어떤 효과도 없는 행위가 아닌가 추측한다"고 말했다.

뉴욕 폴리테크닉 주립 대학교 앤드루 갤럽 교수에 따르면, 최신 가설은 하품이 머리를 식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품을 하면 턱관절을 강하게 스트레칭하면서 두개골로 가는 혈류량을 늘린다는 것. 결과적으로 충혈됐던 뇌에 새로운 피가 공급되면서 ‘머리를 식혀’ 두뇌를 일깨우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갤럽 교수에 따르면 하품과 잠의 관계는 양면적이다. 인간은 잘 때 두뇌활동이 줄고 체온도 떨어지는데, 하품이 뇌를 식히는 효과를 고려한다면 '하품은 잠을 청하는 행위'이기도 하다는 것.

이처럼 모호한 하품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과학적으로 확실한 대목이 있다. 하품은 전염된다는 점이다.

감정이입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하품에 쉽게 전염된다. 다른 사람이 하품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뇌 영상을 찍어보면, 사회적 활동을 관장하는 부위가 활성화되는 게 보인다.

심지어 개도 사람이 하품하면 따라 한다. 하품의 전염성은 다른 동물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갤럽 교수는 "집단이 하품에 전염되면 뇌의 상태가 일종의 동기화를 이루게 된다"면서 "외부 침입 등 위협에 더 민첩하고 정연하게 집단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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