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부룩한 속 달래야 하는데, 과일 먹어도 살 찔까?
이번 설에도 전이나 육류 등 기름진 음식과 마주할 기회가 많을 것이다. 대부분 칼로리가 높아 살이 찔까봐 섭취를 자제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당분이 많다고 과일도 먹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 채소와 달리 단맛을 내는 과일을 먹으면 살이 찔까?
과일에는 단맛을 내는 과당(Fructose)이 들어 있다. 과당을 많이 섭취하면 혈중 중성지방 농도나 비만,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과일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는 지적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과당 섭취와 체중 관련 논문(캐나다 세인트 미셀 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칼로리를 기준으로 다른 탄수화물 대신 과당을 섭취했을 때는 체중이 늘지 않았다.
반면에 다른 칼로리는 줄이지 않고 추가로 과당을 섭취한 경우에는 체중이 늘었다. 결국 체중 증가는 과당 추가 섭취로 총 칼로리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일의 입장이라면 다른 요인이 더 많은데, '비만의 원인'으로 몰리는데 억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과일 섭취량은 평균 191g으로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 400g에 훨씬 못미친다. 한국영양학회의 섭취 권장량은 19세~29세 기준 200g~600 g이다.
비만을 걱정할 게 오히려 더 먹어야 할 상황이다. 과일은 채소와 함께 대표적인 암 예방 식품으로 꼽힌다. 비타민, 식이섬유 등 다양한 영양소가 많아 대장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 암 예방 수칙에도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잡힌 식사를 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특히 설에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을 때 사과, 배 등을 곁들이면 더부룩한 속을 달랠 수 있고 변비 예방에도 좋다. 과일에 많은 식이섬유가 장 운동을 촉진해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대학교 연구팀의 과일-채소 섭취량에 따른 암과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의 상관관계를 보자. WHO의 하루 권장량(400g)의 1.4배인 560g 이상을 먹으면 사망률이 약 42% 줄었다.
400g~560g을 섭취할 경우 36%, 240g~400g은 29%, 80g~240g은 14% 사망률 감소 효과를 보였다. 신선할수록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설탕 농도가 높은 과일 통조림은 오히려 사망률을 17%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당을 조심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도 과일을 먹어도 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일반적으로 혈당조절을 위해 과일은 처방열량에 따라 한번에 1교환단위(50 kcal) 정도의 양으로 하루 1~2회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바나나처럼 당도가 높고 수분함량이 적은 과일은 1교환량이 50 g인데 비해, 토마토처럼 당도가 비교적 낮고 수분함량이 높은 과일은 1교환량이 350 g 이다.
설 연휴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는 몸을 자주 움직이고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 평소 동물성지방이 많은 기름진 음식, 패스트푸드를 즐기면서 과일 섭취를 줄이면 건강에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