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서태지 떠올려야 할 까닭
[이성주의 건강편지]
제 1290호 (2019-01-31일자)
설 연휴에 서태지 생각해야 할 까닭
1996년 오늘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전격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주었다. 새로움에 대한 부담과 이에 따라 창작의 고통이 컸으며 화려할 때 미련 없이 떠난다”면서.
3대 공중파 방송의 저녁 메인뉴스와 주요 일간지 1면 기사로 다뤄질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소속사와 집 앞에서 팬들의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누가 뭐래도 1990년대의 대중문화의 아이콘입니다. 나이로는 막내인 서태지가 형인 양현석, 이주노를 이끌었던 독특한 그룹으로 랩, 힙합, 뉴 메탈, 뮤직 비디오를 한국에 퍼뜨렸습니다. 특히 한국어 구조상 랩이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깼지요.
리더 서태지의 본명은 정현철. 중2때 록밴드를 결성했고 중3때 성적이 전교에서 ‘끝에서 1등’을 했지요. 서울북공고에 입학했지만 부모를 설득해 자퇴하고 대학로와 홍대 부근을 전전하며 음악가의 길을 갑니다. 김종서와 신대철의 록밴드 ‘시나위’에서 베이스를 연주하다가 이 그룹이 해체하자 19세 때 세 살 위 양현석, 다섯 살 위 이주노를 설득해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합니다.
MBC 송창의 PD는 이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특종 TV연예》에 출연시켰습니다. 그러나 ‘전문가 패널’의 평가는 혹독했습니다. 작곡가는 “리듬을 강조하려다보니 멜로디가 약하다”고, 작사자는 “노랫말도 새로웠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방송인은 “섬세한 노래가 격렬한 동작에 묻혔다”고 평가했습니다. 평점은 10점 만점에 7.8점이었습니다. 서태지는 ‘썩소’를 지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대중은 환호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앨범 타이틀곡과 ‘환상 속의 그대’로 신세대들을 흔들었고 ‘하여가,’ ‘발해를 꿈꾸며’ ‘교실이데아’ 등 뒤이은 노래들의 도발적 가사와 음악적 실험으로 우리나라 문화를 바꾸었지요.
아무리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하지만, 서태지가 우리나라 같은 곳에서 살아남은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깝습니다. 아마 청소년 때 주위에서 수많은 손가락질을 받았지 않을까요? ‘TV 특종연예’의 사례는 누군가에 대한 평가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점을 극명하게 일깨워줍니다.
오늘 밤부터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 친척, 친구들에게 쉽게 평가하고 참견하지 않기를 빕니다. 지금 힘든 누군가가 내일의 서태지, 양현석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설 연휴, 일일이 따지기보다는 서로 고마움을 전하며 등을 두드려주며 온기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대한민국 영 닥터] 서울아산병원 박덕우 교수
코메디닷컴이 대한민국 의료계를 이끌 중견의사들을 소개하는 기획물을 연재합니다. 첫 회 주인공은 학자들이 평생 한 번도 논문을 게재하기 힘들다는 《뉴잉글런즈저널오브메디신》에 40대에 벌써 두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미국심장학회에서 아시아 최초, 역대 최연소로 ‘올해의 탁월한 젊은 의학자상’을 받은 의사입니다. 경북 김천시 출신으로 경희대 의대 예과 때 140명 중 128등을 했고, 서울대 연세대 등 명문대 출신 교수들이 대다수인 병원에서 최고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음악
1797년 오늘은 오스트리아의 위대한 작곡가 프란츠 슈베르트가 태어난 날입니다. 첫 곡은 카밀 토머스가 첼로, 베아트리체 베뤼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세레나데’입니다. 둘째 곡은 소프라노 이종은의 ‘마왕’입니다. 요즘 화제인 JTBC ‘SKY캐슬’에서 ‘김서형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곡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