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퍼증후군
정의
머리뼈 조기유합증(craniosynostosis)은 머리뼈 봉합선의조기 유합(아물어 붙음)으로 비정상적인 머리뼈 모양이 나타나는병입니다. 크루존(crouzon), 아페르트(apert), 잭슨-바이스(jackson-weiss)증후군의여러 가지 병을 포함합니다.
파이퍼증후군도 이런 머리뼈 조기유합증의 하나입니다. 1964년독일의 유전학자인 루돌프 아더 파이퍼(rudolf arthur pfeiffer)가 ‘우성 유전 첨두합지증(dominant hereditaryacrocephalosyndactyly)’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당시 파이퍼는 이 증후군을머리뼈 봉합선의 조기 융합 때문에 비정상적인 머리뼈 모양, 넓은 엄지손가락과 큰 엄지발가락, 손과 발의 다양한 정도의 합지증을 보이는 병으로 정의했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정도의 관상 봉합(coronal suture)의조기 유합과 얼굴 구조의 이상으로 뾰족하고 납작한 머리, 위턱뼈(상악골)의 저형성, 턱의 돌출, 눈동자돌출, 양쪽 눈 격리, 사시, 낮은 콧잔등, 후비공 폐쇄증(choanalatresia), 기관지 물렁뼈의 기형, 요골-위팔뼈(상완골)의 유합, 손, 발의 기형, 물뇌증(수두증)을 보이는 병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머리뼈 조기유합증의 발생률은 2000~2500명당 1명이며 이 중 파이퍼증후군의 발생 빈도는 10만 명당 1명인 드문 병입니다.
원인
머리뼈 조기유합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1990년대에 발견됐는데이들 병의 공통된 원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크루존, 아페르트, 잭슨-바이스증후군 등의 머리뼈 조기유합증후군은 파이퍼증후군과 원인및 증상이 서로 연관돼 있습니다.
다른 머리뼈 조기유합증 증후군과는 다르게 파이퍼증후군은 두 가지 다른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에 생기는 데 FGFR1과 FGFR2 유전자가 관여돼 있습니다. FGFR1은 염색체 8번에 위치하고 있으며 FGFR2는 염색체 11번에 위치합니다. 이들 유전자는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 수용체(fibroblast growthfactor receptors, FGFR)의 일종입니다.
섬유아세포(fibroblast)는 피부와 뼈 같은 결체 조직의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섬유아세포 성장 인자(fibroblastgrowth factor, FGF)는 특정 세포의 분화와 이주를 자극해 팔다리의 발생, 상처치유 같은 생물학적 과정에서 중요합니다. FGF는 FGFR를통해 표적 세포와 상호 작용해서 세포 내에서 신호를 전달합니다.
FGFR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exon IIIc에 존재하는 hot spot에서의 돌연변이가 대부분이며 그 외 FGFR1의 P252R 돌연변이가 보고돼 있습니다. FGFR2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크루존, 아페르트, 잭슨-바이스증후군뿐 아니라 파이퍼증후군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파이퍼증후군을 가진 부모는 파이퍼증후군 환자를 출산할 위험성은 있지만 크루존, 아페르트, 잭슨-바이스증후군을낳을 위험성은 없습니다.
FGFR2 유전자의 한 가지 돌연변이가 어떤 가계에서는 파이퍼증후군을일으킬 수도 있고 다른 가계에서는 다른 종류의 머리뼈 조기유합증 증후군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심하지않은 형태인 1형에서는 부모가 환자로서 유전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상염색체우성으로 유전되며 환자의 자손이 병에 걸릴 확률은 50%입니다. 파이퍼증후군 2형과 3형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부모가 다시 환자를출산할 가능성은 적습니다.
증상
환자는 머리뼈 조기유합(craniosynostosis) 때문에비정상적인 머리뼈 모양과 얼굴 중앙부의 저형성으로 기형을 보입니다. 주로 관상 봉합선이 조기에 유합돼머리뼈가 비정상적으로 자라게 됩니다. 신체적인 특징은 크루존증후군 등의 머리뼈 조기유합증과 유사하면서넓은 엄지손가락과 발가락이 나타납니다. 특징적인 얼굴 모양으로 튀어나온 이마, 함몰된 광대뼈, 작은 위턱뼈, 낮은콧잔등, 튀어나온 턱을 보이며 눈동자가 현저히 돌출돼 있으면서 양쪽 눈의 간격이 넓습니다.
작은 코나 높은 궁상의 입천장(구개), 또는 교합 부전 때문에 공명이 있는 언어 장애가 생길 수 있고, 입천장갈림증(구개열)도 있을 수 있습니다. 환자들은얼굴 근육의 불균형으로 시각적 장애를 가질 수 있으며 중이염이 반복돼 청력 상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넓은 엄지손가락과 큰 발가락을 보입니다.
증상에 따라 1형, 2형, 3형의 세 가지 아형이 있습니다. 1형이 가장 증상이 약하고 3형이 가장 심한 임상 양상을 보입니다. 1형은 파이퍼가 기술한 전형적인파이퍼증후군으로 예후가 좋고 지능이 정상이며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됩니다.
2형에서는 팔꿈치 관절이 굳어 있으며 관상 봉합선과 시상 봉합선(뇌의 좌우를 분리해주는 봉합선)이 모두 일찍 닫혀 클로버잎(cloverleaf) 모양의 머리뼈를 보입니다. 또한 심한 눈동자돌출과 손과 발의 기형이 동반되며 예후가 나쁩니다. 3형은 2형과비슷한 양상을 보이나 클로버잎 모양의 머리뼈는 보이지 않습니다.
병의 심각한 합병증은 호흡기계 문제와 물뇌증입니다. 호흡 문제는기관지의 기형과 연관돼 있으며 일부 환자는 기관 절개를 필요로 합니다. 물뇌증은 치료하지 않으면 정신발달 지연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2형과 3형 환자에게심각한 합병증이 더 자주 발생하며 영아기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뇌증이 동반되지 않더라도발달 지연, 정신 지체, 경련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1형 환자의 지능은 보통 정상 범위에 속하나 2형과 3형에서는 약간의 정신 지체도 있을 수 있습니다.
진단
진단은 특징적인 임상 양상과 진찰 소견, 방사선 소견 및 유전자분석에 근거해서 내립니다. 파이퍼증후군의 임상 양상을 보이는 환자는 머리 엑스레이(X-ray) 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서 어느 봉합선이 닫혀있는지관찰합니다.
유전자 분석은 FGFR1과FGFR2 유전자의 돌연변이 유무를 검사하는 것입니다. 돌연변이는 모든 환자에게 발견되지는않으며 3분의 1에서는FGFR1이나FGFR2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FGFR1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는 FGFR2 유전자의 돌연변이때문에 생기는 환자보다 약한 증상을 보입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환자의 돌연변이를 이미 알고 있다면 이를이용해 산전 진단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산전 진단은 파이퍼증후군의 위험성이 있는 가계에서 산모가 임신했을 때 재태연령 9~10주쯤 융모막검사를 하거나 15~16주쯤 양수검사를 해서 태아의조직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을 합니다. 태아 정밀 초음파에서 머리뼈 조기유합증이 관찰돼서 진단이 될 수도있습니다.
치료
환자는 성형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치과 등 각 분야의 전문의에게 정기적인 관찰과 치료를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형외과와 신경외과적인 수술이 여러 단계로 시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수술 시기와방법은 환자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영유아기 때에는 뇌의 정상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적당한 머리 내 공간을 갖도록 머리뼈의 골 유합 봉합을제거해 줍니다. 이 환자들은 성장기에 따라 적절한 머리뼈의 성형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필요하다면 얼굴성형 수술도 합니다. 수술 후 완전히 정상 모습을 찾기는 어려우나 상당히 좋아질 수 있으며 수술 시기가중요합니다.
손가락과 발가락은 현저한 기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능은 정상일 수 있으므로 성형 수술이 반드시 필요하지는않습니다. 물뇌증, 기도 폐쇄, 청력 손실, 척추 기형은 빠른 시간 내에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후는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1형은 약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2형이나 3형보다 예후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