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떨림
정의
신경과 질환은 크게 운동계 질환과 감각계 질환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운동계질환 중 대표적인 것으로 힘이 빠지는 뇌졸중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힘은 빠지지 않으나몸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이상 운동 질환입니다. 이상 운동 질환은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굳어지는 경우” “원하는 대로 움직여지지 않고이상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경우”로 구분합니다.
[떨림에대해]
우리 몸의 관절에는 구부리는 근육과 펴는 근육이 붙어 있어 관절을 마음대로 구부렸다 폈다 할 수 있습니다. 이 구부리는 근육과 펴는 근육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교대로 수축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떨림이 나타납니다.
사실 우리 몸은 항상 미세하게 떨고 있습니다. 1초에 8번에서 13번 정도의 빠른 속도로 떨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미세하게 떨기 때문에 특수한 기구를 사용해야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손을 앞으로 쭉 내 뻗으면 손끝이 미세하게 떠는 것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이 떨림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나타나는데, 이런 떨림을 생리적 진전이라하며 병은 아닙니다.
생리적 진전 혹은 떨림과 다르게 우리 몸의 특정 근육이 있는, 특히손끝이나 손가락, 혀, 성대, 턱 등이 떠는 경우가 있는데(이런 현상은 깨어 있는 동안에만 나타납니다) 이것이 우리가 보통 이야기하는 떨림, 진전입니다. 이런 현상은 대부분 손에서 많이 관찰되기 때문에 손떨림이라고 많이 이야기합니다.
떨림은 크게 특정한 자세를 취하거나 그 후 움직일 때 떠는 체위떨림 혹은 활동떨림, 가만히 있어도 떠는 안정떨림, 어떤 의도된 움직임을 할 때 떠는의도떨림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체위떨림과 안정떨림에 대해 알아보도록하겠습니다.
종류
1)체위떨림과 활동떨림
체위는 동적인 느낌이 강한 말, 활동은 이름 그대로 움직임을뜻하는 말입니다. 체위떨림과 활동떨림은 의학적으로 거의 같은 뜻으로 쓰입니다. 이것은 떨림이 손을 앞으로 뻗는다든지 찻잔을 잡는다든지 하는 어떤 체위를 취할 때 시작되고, 이후 손을 움직여도 떨림이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이 떨림은 손에서힘을 빼면 사라지고, 다시 힘을 주면 생깁니다. 특히 글씨를쓰는 등 의미 있는 행동을 할 때 더 심해집니다.
2)강조된 생리적 떨림
앞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몸은 항상 미세하게 떨고 있습니다. 평소에는이런 현상을 관찰하기 어렵지만 특정 상황이 되면 그 진폭이 커져 우리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극도로긴장하거나 흥분했을 때 10Hz 정도 되는 진전을 가장 많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 갑상선기능항진이나 저혈당 같은 우리 몸의 대사 이상이나 크롬친화모세포종 같은 종양, 특정 약물 과용, 커피나 차를 많이 마셨을 때 등에서도 나타날 수있습니다.
손떨림이 생겼을 경우에는 먼저 다음과 같은 것을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있다면 어떤 약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기관지 확장제나 카페인(감기약 혹은 진통제에도 들어있음), 신경안정제등을 복용하는지 확인합니다. 둘째, 갑상선 기능이상과 같은대사성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아봐야 합니다. 이와 같은 경우는 병력과 혈액검사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강조된 생리적 진전은 그 원인이 사라지면 증상도 같이 없어지게 됩니다.
3)알코올 금단 떨림
알코올 금단증상의 대표적인 것이 떨림입니다. 또한 수면제나 안정제를장기간 복용한 후 중단했을 때에도 비슷한 증상이 일어납니다. 장기간이 아닌 단시간 많은 술을 먹었을때에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알코올 금단 후 떨림이 나타날 때는 경기나 떨림섬망 등 더 위험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금단기간이 끝나도 다음에서 언급하는 본태성 떨림 형태의 지속적 떨림으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4)본태성(가족성) 떨림
·개요
본태성 떨림은 떨림 중에서 가장 흔한 종류로, 생리적 떨림보다늦은 4~8Hz로 떱니다. 다른 신경과적 증상을 동반하지않기 때문에 본태성이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특정한 자세를 취하려 하면(예를들어, 찻잔을 든다든지 글씨를 쓰려 한다든지 하는 자세) 떨리는특징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본태성 떨림은 가족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성 떨림이라고도 불립니다. 보고에 따르면 가족성 떨림 환자에서 적게는 17%, 많게는 100%가 가족력이 있다고 합니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거의 모든 세대에게서 발현됩니다. 그러나 쌍둥이 연구에서 일란성쌍둥이에서의 가족성 떨림도 60% 정도의 일치율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건 없건 비슷한 증상을보이므로 같은 병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본태성 떨림은 움직일 때 심해지는 것 같아 활동떨림이라는 말도 쓰지만, 특정한체위를 취할 때 가장 심해집니다. 일반적으로 10대 후반에발생하며(더 일찍 생길 수도 있음), 그 이후에 증상이 지속됩니다. 두 번째로 본태성 떨림이 많이 발생하는 시점은 40세 이후입니다.
본태성 떨림은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전체 인구의 1%, 40세이상인 사람의 5.5%, 65세 이상인 사람의 10.2% 정도발생하며, 남녀 발생 비율은 비슷합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때 발견된 사람으로,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실제로 병원에서 진단받는 사람의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이 떨림은 흥분하거나 피곤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면 심해집니다.
·원인
서양은 우리나라와 달리 부검을 많이 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대의학이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본태성 떨림으로 사망하는 사례는 거의 없으므로 부검을 하게 되는 경우가 없어 본태성떨림의 원인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최근까지 본태성 떨림의 원인은 기질적 원인이 없는 기능성질환으로 생각돼 왔습니다. 또한 MRI 등 현대 영상기법의도입으로, 본태성 떨림 환자 중 일부는 소뇌나 뇌간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증상
일반적으로 본태성 진전은 양팔에서 대칭적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일부는 주로 사용하는 팔에서 먼저 시작하기도 합니다. 떨림이 한쪽 팔 혹은 다리에만 국한돼 있다면 파킨슨씨병등 다른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증상이 팔에만 국한돼 나타날 수도 있지만, 체머리를 흔들기만 하거나 턱만 떠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할 경우에는입술이나 혀 등을 떨고 성대도 떨어 목소리가 변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걸을 때 팔의 떨림이 멎기도 합니다.
다리는 잘 안 떨며 떨더라도 증상이 좀 덜합니다. 그리고 술을먹으면 떨림이 덜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태성 떨림의 진단을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명이단축된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보통 본태성 진전이 양성이라고 하지만, 많은경우에서 떠는 부위가 점차 넓어지는데, 본태성 떨림이 있는 사람의15~25%는 떨림 때문에 조기 은퇴하며 60% 정도는 직업 선택을 할 때 영향이 있다고합니다.
·치료
본태성 떨림을 치료하기 전에 떨림의 다른 원인이 있는지 먼저 검사해, 다른원인이 있다면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 본태성 떨림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약물요법과 수술이 있습니다. 약물요법은 근본적으로 기능적 손실 혹은 장애를 줄이기 위해 쓰는 것입니다. 기능적손실이나 장애가 없다면, 즉 단순히 떨리는 것만 없애기 위해서는 쓸 필요가 없습니다. 수술은 약물에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증상이 심한 경우에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본태성 떨림의 약물치료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많은 환자들이 여러 종류의 약을 씀에도 반응이 없다는 것과 어떤 환자가 약물에 반응을 보이고 어떤 환자가 반응을 보이지 않을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본태성 진전의 병인론을 모르기 때문에 원인에 대한 맞춤 치료가 현재로서는 불가능합니다. 현재 본태성 떨림 치료에 쓰이는 대부분의 약물은 병인론에 따라 개발된 약이 아니라 우연히 발견된 것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베타 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과항간질약인 프리미돈(primidone, 현재 우리나라에 없음) 이대표적인 본태성 떨림의 1차 약제입니다. 프로프라놀롤 120mg은 위약에 비해 의미 있게 떨림을 감소시킵니다. 대부분의환자가 프로프라놀롤을 복용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일부 환자들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천식, 울혈성심부전, 당뇨, 방실차단 환자는 프로프라놀롤을 특별히 주의해 사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환자의 약 50~70% 정도만 부분 반응을 보이며 피로, 발기부전등을 호소합니다. 몇몇 베타차단제가 본태성 떨림 치료에 효과를 보이며 프로프라놀롤을 복용했을 때보다부작용이 적지만, 효과는 프로프라놀롤만 못합니다. 몇몇 항간질약이효과를 보이기도 하나 제한적입니다.
한편, 보톡스 주사가 떨림의 정도를 줄일 수 있으나, 위약이 잘 동반하기 때문에 환자가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성대에주사해 목소리 변화를 막는 데 제한적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약물에 반응이 없으면 수술을 합니다. 시상에 심부 뇌 자극술을 실시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또한음주를 할 경우 대부분 환자의 증상을 약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의 우려가 있어 일반적으로음주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예후
본태성 떨림은 생명과는 무관하므로 일반적으로 양성 질환으로 불립니다. 그러나대부분의 환자가 그 증상이 진행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기 때문에 꼭 양성 질환이라고할 수는 없습니다. 약물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병이 치료되는 것이 아니라 증세만 약화되는 것이기 때문에병의 진행에 따라 약물 투여량이 점점 늘기도 합니다.
5)안정(파킨슨) 떨림
본태성 떨림은 떨림 증상 중에서 가장 흔한 것입니다. 본태성떨림의 가장 큰 특징은 가만히 있을 때는 떨림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일부 환자는 가만히 있을때에도 떨림 증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런 안정 떨림은 많은 경우 파킨슨병의 시초입니다.
증상이 대부분 떨림인 본태성 떨림과는 달리, 파킨슨병은 손떨림으로병이 시작해도 대개 한쪽 손에서 시작해 특징적으로 엄지와 검지가 서로 맞부딪치며 떨리는 증상을 보입니다. 또한몸이 뻣뻣해지며, 동작이 느려지고 자꾸 넘어지는 등 걷는 데 지장을 받습니다.
이처럼 파킨슨병은 손떨림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 다른 증상을 동반하는 신경퇴행성 질환입니다. 이 병은 약물치료에 효과적으로 반응합니다. 약물 치료 외에 다른치료 방법은 수술적 치료, 운동 요법 등이 있습니다. 정확한진단 및 치료는 환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므로 신경과 의사와 상의해 치료 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