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조현병…납에 노출되면 정신병 위험(연구)
어린 시절 중금속인 납에 노출되면 일생에 걸쳐 정신 건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대학교 심리학 및 신경과학과 연구팀은 1972~1973년 사이에 태어난 600여 명의 뉴질랜드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 시절 대부분의 석유 제품에는 고농도의 납이 함유돼 있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이 11세 때 납 노출 정도를 측정하고, 18세와 21세, 26세, 32세, 38세 때 정신 건강 검진을 실시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대상자가 혈중 납 농도가 높았으며, 청년기와 중년기에 접어들면서 과민증, 신경증과 함께 덜 신중하게 될 위험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다한 납 노출은 우울증, 불안증, 강박 장애, 조증 및 조현병 발병과 함께 약물, 담배 및 알코올 중독에 빠질 장기간의 위험도와 연관성이 있다.
연구팀이 대상자가 11세 때 납 노출 정도를 측정했을 때 94%가 혈액 1 데시리터(10분의 1 리터) 당 5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하는 혈중 납 농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후 반복적인 정신 건강 검진을 통해 어릴 시절 납에 노출되면 후일 11가지 정신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저자인 아론 루벤은 “납이 아동의 뇌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적어도 어른이 돼서 정서와 행동에서 미묘한 차이가 나타나며 이는 납이 정신 건강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늘날에는 대부분 납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쓰기 때문에 11세 때 매우 높은 혈중 납 수치를 보이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납이 포함된 의외의 제품이나 환경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노출을 막는 데 보건 당국이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Association of Childhood Lead Exposure With Adult Personality Traits and Lifelong Mental Health)는 1월 23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지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