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 벽 틈새에도 라돈...비흡연 폐암 위험요인 6
다시 라돈이 주목받고 있다. 작년 대진침대 사태에 이어 온수매트에서도 기준치를 넘는 라돈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현하이텍의 ‘하이젠 온수매트’ 15개 제품이 안전기준을 초과해 수거명령을 내렸다고 11일 밝혔다.
대현하이텍은 중국에서 음이온 원단을 수입해 온수매트 3만 8000여개(2014-2017년)를 생산했다. 이 업체는 고객 제보에 따라 작년 10월부터 1만여 개의 온수매트를 자발적으로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젠 온수매트를 표면 2센티미터 높이에서 매일 10시간씩 9개월 동안 사용했을 경우, 연간 피폭선량이 안전기준인 1밀리시버트를 초과(1.06-4.73 mSv/y)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돈이 위험한 이유는 폐암의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라돈에 노출되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폐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물론 흡연까지 하면 폐암 위험이 더욱 증가한다. 비흡연 폐암의 위험요인애 대해 알아보자.
♦ 평생 담배 안 피웠는데...요리 환경도 큰 영향
최근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 폐암 환자가 늘고 있다. 여성 폐암 환자는 2015년 7252명으로 2000년(3592명)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약 90%가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었다.
여성 폐암은 요리 환경과 큰 관련이 있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곳에서 요리를 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서 폐암 위험이 1.4배 높았다. 요리 시 눈이 자주 따가울 정도로 연기가 나는 경우 폐암 발생율이 5.8배나 됐다.
♦ 라돈은 발암물질... 최대 14%까지 폐암 원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라돈은 최대 14%까지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 미국 환경청(EPA)은 미국인 연간 폐암 사망자의 10% 이상인 2만 1000명 정도가 라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라돈(radon)은 방사선을 내는 물질이다. 색, 냄새, 맛이 없는 기체로 공기보다 8배 정도 무겁다. 라돈은 암석이나 토양 중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다가 호흡을 통해 체내에 들어온다. 기관지 등에 들러붙어 있던 라돈은 염색체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폐암 위험을 높인다.
♦ 실내 공기에도 라돈...자주 환기해야
라돈은 균열된 암반 사이나 토양 중에 있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일부 건물의 실내나 지하실은 바깥보다 월등히 높은 농도의 라돈이 축적될 수 있다. 일부 온천수, 광천수, 지하수 등에서도 평균 이상의 라돈이 발견된다.
명준표 가톨릭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과)는 “라돈은 비흡연 여성 폐암 발생 위험요인으로 나타났다”면서 “현재보다는 과거 실내공기 중 라돈 노출이 높았던 점을 고려할 때 과거 노출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 지하실, 갈라진 벽 틈새에도 라돈이 있다
일반적으로 라돈은 옥외보다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주택 및 건물 내에서 잘 축적된다. 라돈 농도는 환기가 잘 안 되는 지하 공간이 더 높다. 목조 가옥의 마루 밑에서 농도가 높은 라돈이 관찰되는 경우가 있다.
라돈 가스는 콘크리트 바닥, 벽과 바닥의 이음매, 공동 블록 벽의 작은 구멍, 오수 맨홀, 배출구 등을 통해 실내로 들어간다. 통상적인 라돈 농도는 1층과 지하실 등 구조상 토양과 접하고 있는 곳이 더 높다.
♦ 지하 공간에 오래 머문다면... 환기 철저, 요리 자제
실내에서 라돈을 없애는 확실하고 손쉬운 방법은 환기이다. 창문이나 문을 자주 열어 바깥 공기가 들어오게 하고 환풍기를 돌린다. 건물의 바닥이나 벽에 틈새가 보이면 빨리 메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하 공간에서 오래 머물면서 흡연과 요리까지 자주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환기까지 잘 안 된다면 폐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간접흡연, 가족력도 위험요인
흡연은 폐암의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이지만, 간접흡연도 위험요인이다. 주위의 담배 연기를 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석면과 연관된 직업을 갖고 있다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족 중에 폐암 환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최대 3배 정도 높아진다.
폐암은 암 사망 1위이다. 초기 증상이 없어 늦게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검진을 통해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흡연자라도 위험요인이 의심되면 저선량 CT를 통해 조기검진을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