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 치료 '초록불'
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재생불량빈혈센터장 이종욱 교수 연구팀이 희귀난치성 질환인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치료에 희망이 보인다고 전했다. 발작성야간혈색뇨증 신약 '라불리주맙'의 효과가 국제 3상 연구에서 입증됐다.
발작성야간혈색뇨증(PNH)는 'PIG-A' 유전자의 변이로 인해 적혈구를 보호하는 단백질 합성의 장애가 나타나는 병이다. 인구 100만 명당 10~15명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병명처럼 파괴된 혈구세포가 소변과 함께 섞여 나와 갑작스럽게 콜라색 소변을 본다. 적혈구가 체내의 보체공격을 받아 파괴돼 중증 빈혈이 발생할 뿐 아니라 용혈로 인한 혈색뇨증 및 신부전, 혈전증, 폐동맥고혈압 등 합병증,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까지 PNH의 유일한 치료제는 보체억제제(C5 inhibitor)인 에쿨리주맙(eculizumab)으로 알려졌다. 이는 용혈을 방지함으로서 빈혈의 개선, 신부전 및 혈전증을 예방했지만, 에쿨리주맙은 2주 간격으로 계속 정맥주사를 받아야 해 불편함이 컸다.
이번 연구에서는 계속 병원을 찾아야 하는 기존 약제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신약 라불리주맙의 비열등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라불리주맙은 제2세대의 보체억제제로, 에쿠리주맙보다 반감기를 4배 정도 연장해 8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을 수 있다.
연구팀은 25개국에서 246명의 PNH 환자가 참여하여 에쿨리주맙 2주 간격 주사군과 라불리주맙 8주 간격 주사군을 1:1로 배정하여 6개월간의 효능 및 부작용 등을 비열등성 (non-inferiority) 방법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라불리주맙의 비열등성이 확인됐다. 효능의 척도인 수혈 회피율(수혈이 불필요한 비율), 혈청 LDH가 정상화되는 비율, LDH의 치료 전 대비 감소율, 삶의 질 척도 개선율, 돌발성 용혈(갑작스러운 적혈구 파괴상태) 발생률, 혈색소의 안정화 등의 지표에서 모두 의미 있게 비열등성을 보였다.
이종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희귀질환인 PNH에서 시행된 임상연구 중 환자 수가 가장 많은 대규모 3상 국제임상연구"라며, "2주 간격의 에쿨리주맙 치료대비 8주 간격의 라불리주맙 치료 효과가 유사해 향후 치료의 편의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병원 방문 횟수도 줄어 사회부대적 비용도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PNH 신약 제3상 국제임상연구결과는 혈액학 최고학술지인 '혈액(Blood)' (IF 15.13)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