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결에 주먹 휘두르는 이유 (연구)

[사진=Stockbakery/shutterstock]
자면서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질을 한 적이 있는지? 렘수면 행동 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고 불리는 이런 잠버릇의 원인을 밝힌 연구가 나왔다.

캐나다 맥길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우울증 약을 먹거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렘수면 행동 장애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

잠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렘수면은 그중 꿈을 꾸는 상태를 말하는데, 일반적인 렘수면 동안에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뇌가 근육에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렘수면 행동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이 신호가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꿈을 꾸는 중에 팔을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으로 자신 또는 파트너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연구진은 평균 연령 63세인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렘수면 행동 장애 여부와 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 경제, 심리적 요인을 두루 살폈다. 참가자들 가운데 렘수면 행동 장애를 가진 이는 958명이었다. 파킨슨병, 치매, 알츠하이머, 수면 무호흡증 환자는 제외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렘수면 행동 장애를 가진 이들이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장애가 없는 이들에 비해 항울제를 먹는 비율이 2.5배에 달했던 것.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두 배가 넘었다.

연구진은 또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렘수면 행동 장애에 걸릴 가능성이 두 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수입이 적은 사람들,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도 장애를 겪을 위험이 컸다.

저자 중 한 사람인 로널드 포스투마 박사는 이번 연구에 대해 "참가자의 96%가 백인이라 보편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렘수면 행동 장애는 노인성 치매나 파킨슨병, 다계통 위축증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기 때문에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Risk factors for possible REM sleep behavior disorder: A CLSA population-based cohort study)는 '신경학(Neurology)' 저널에 실렸다.

    이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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