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즐기는 노인 늘어나는데…헬멧은?
노년층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헬멧 착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멧을 쓰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부상을 줄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차원철 교수, 김태림 임상강사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전국 8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자전거 사고로 치료받은 7181명을 분석했다. 헬멧 착용자와 비착용자로 구분 후, 나이별로 다시 분류했다.
전체적으로 헬멧을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외상성 뇌손상(TBI)은 28%, 치명적 부상 위험은 20%나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효과가 뚜렷했다. 노년층의 외상성 뇌손상 발생률은 헬멧 미착용 시 14.5%로 청장년층(7.9%)보다 훨씬 높았다. 헬멧 착용자와의 뇌손상 발생률 차이도 3배나 됐다.
후유 장애와 사망 사고 발생에도 영향이 컸다. 노년층에서 헬멧을 착용하고 자전거 사고가 났을 때, 후유 장애 발생률은 미착용자의 절반 정도였다. 헬멧 착용자의 사망 사고 기록은 단 한 건도 없었다.
헬멧 착용률은 35세 무렵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 추세를 보이다 65세 이후에는 20대보다도 착용률이 낮아졌다. 실제로 자전거 사고를 겪은 노년층은 헬멧을 안 쓴 사람의 평균 나이가 73.7세로 쓴 사람(70.8세)보다 많았다. 연구팀은 노인들이 젊은 사람들보다도 헬멧 착용률이 낮다고 우려했다.
국내 자전거 관련 사고는 2007년 8721건에서 2015년 1만 7366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전체 도로 교통사고에서 자전거 사고의 비율도 4.1%에서 7.5%로 부쩍 늘었다. 자전거 사고는 일상생활 중 일반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고, 사고 시 자동차와 부딪히는 경우도 더 많다.
차원철 교수는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라며 "보호 효과가 큰 노인을 우선으로 헬멧 착용 문화가 확산되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의학회의 '부상 예방(Injury Prevention)'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