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언제는 신약 개발하라며?"

[기자 수첩]

[사진=funnyangel/shutterstock]
차세대 먹을거리 산업이라며 정부가 국정 과제로 선정, 집중 육성 계획까지 발표하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던 제약 바이오 산업이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와 3분기 셀트리온 등 제약 바이오 기업의 실적 하락이 맞물리면서 주가가 바닥을 치고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제약 바이오 산업의 활로를 뚫어주기는 커녕 앞길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지난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혁신 신약 약가 우대 제도 개선안이 대표적이다.

앞서 매년 글로벌 제약사는 한국 약가가 낮다며 약가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급기야 한국과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서 의제로 등장하면서 정부가 약가를 살펴보겠다며 약가 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는 약가 우대 제도 개정안을 발표했고, 개정된 내용은 실로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국내 제약 업계는 일제히 반발했다.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 ▲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약제 포함) 없음 ▲ 생존 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 개선 입증 ▲ FDA 획기적 의약품 지정 또는 유럽 EMA 신속 심사 적용 ▲ 희귀 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하지만 국내 제약사는 거의 불가능 하다는게 업계 주장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신약 물질을 찾아 어렵게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없다.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 의약품청(EMA)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의약품 선진국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굳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가 아닌 외국 규제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약가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사실상 한국 정부가 국내 식약처를 신뢰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처사다.

개정이 예고된 혁신 신약 약가 우대 제도는 제약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신약 개발 기업에게 세금 혜택과 R&D(연구 개발) 지원을 하겠다던 정부의 방침과는 전면 대치되는 정책임에 분명하다.

또 정부 주도의 주요 신약 개발 R&D 사업에 대한 예산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던 정부 의지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성일종 의원이 2019년도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임상 연구 인프라 조성 사업, 첨단 의료 기술 개발 사업, 범부처 전주기 신약 개발 사업, 국가 항암 신약 개발 사업 등 주요 신약 개발 R&D 사업의 종료 시점이 도래했지만 신규 과제 지원 등의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며, 2018년 상반기 국내 제약사 연구 개발비는 7702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 감소했고, 매출액 대비 연구 개발비 비중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1% 하락한 8.3%에 머물렀다. 임상 시험 계획(IND) 승인도 2016년 201건에서 2017년 191건으로 감소했다. 신약 개발과 관련된 주요 지표가 뒷걸음질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는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의 정책은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의 신약 개발 의지를 무참히 짓밟았다" "제약 바이오 산업 육성에 진정성이 있는가"등의 격앙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제약 바이오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공매도 세력은 여러 민원과 성토에도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정부도 공매도의 필요성만 강조할 뿐 그 부작용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제약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여론도 싸늘하다.

정부는 다시 한 번 초심으로 돌아가 제약 바이오 산업을 돌아봐야 한다고 업계는 읍소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세계 7대 제약 강국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는 지원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국내 제약 바이오 업계는 얘기한다. "신약 개발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정부가 제발 도와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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