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생존자의 눈물 "또 유방암에 걸렸어요"
"대장암을 힘들게 치료해 겨우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다시 유방암 진단을 받았어요"
대장암 환자였던 박금옥(56세, 주부) 씨는 수술과 항암치료를 반복하며 5년을 보냈다. 이 기간 동안 대장암은 재발하지 않았다. 흔히 완치의 기준으로 삼는 '5년 생존'을 통과해 암 생존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충격의 강도가 대장암 투병 때보다 더 컸다. 박 씨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았던 고통스런 암 치료를 앞두고 있다. 그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냐"며 눈물을 보였다.
- 암은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2차 암 조심"
암 환자가 5년 이상 생존해도 암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날 순 없다. 한번 암에 걸렸다고 해서 암에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씨의 경우처럼 암은 언제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 암을 앓았던 사람이 다시 암에 걸리는 것을 '2차 암'(secondary cancer) 이라고 한다.
2차 암은 암 재발과 다르다. 재발은 원래의 암이 완치되지 않고 다시 생기는 것이다. '5년 생존율'을 따지는 것도 암 재발은 일반적으로 치료 5년 내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2차 암은 새로운 암이다. 박 씨처럼 대장암 완치 후에 걸린 유방암이 2차 암인 것이다.
- 암 환자였던 사람은 왜 2차 암 위험이 높을까
한번 암을 앓았던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2차 암에 걸릴 위험이 조금 더 크다. 유전자와 생활방식 등 암 발생 위험 요인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1차 암 치료 과정에서 방사선 후유증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암 완치 판정을 받은 후 예전의 나쁜 생활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2차 암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장암이나 난소암 환자였거나 비만이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큰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암 생존자는 2차 암 발생 확률이 높은 만큼 정상인보다 자주 검진을 받거나 최소한 일반 암 검진은 주기적으로 꼭 받아야 한다. 암별로 2차 암이 잘 생길 수 있는 부위가 다르므로 주치의와 상의하면 효과적으로 2차 암 검진 계획을 세울 수 있다.
- 치료 목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
뇌종양(뇌암)은 방사선에 의해 걸릴 수 있다. 매우 드물지만 방사선 치료 과정이 또 다른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방사선 노출에 의한 성인 뇌종양은 과거 소아 백혈병 환자가 치료를 위해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 이런 뇌종양은 방사선에 노출된 지 10-15년 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방사선 치료를 선택할 때는 치료의 이득 뿐 아니라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의 위험도 고려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밝힌 암의 원인 중 방사선은 3%를 차지하고 있다.
- 암 생존자, 어떤 암 위험 높을까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한쪽 유방에 암이 있는 사람은 다른 쪽 유방에도 암이 생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대장암이나 난소암에 걸렸던 사람은 정상인보다 유방암 위험이 높다.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을 앓았던 여성은 난소상피암 위험도가 크다.
유방암을 앓았던 여성이 갑상선암에 걸릴 확률은 예상보다 더 높고, 갑상선암 병력을 가진 여성의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미국 시카고 의과대학 공동 연구팀이 논문 검색 엔진을 활용한 메타 분석과 체계적 문헌고찰을 실시한 결과다.
연구팀은 갑상선암 진단 이후의 2차 암(유방암) 진단 또는 유방암 진단 이후 2차 암(갑상선암) 진단과 관련한 모든 논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방암 진단 뒤 갑상선암 위험이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갑상선암 진단 이후에 유방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관성은 진단의 비뚤림, 호르몬 위험요인, 치료의 부작용, 유전적 감수성 등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 논문(The Breast-Thyroid Cancer Lin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는 미국 암연구협회(AACR)가 발행하는 학술지(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에 실렸다.